◎「토착미생물」 이용한 비료로 농사/지력 강해지고 생산량 10% 늘어/화학비료·농약안써 소비자에 인기/3천여 농가 도입… 외국인도 연수 「자연농법」이 우리 농촌의 새로운 농법으로 확산되고 있다. 자연농법이란 화학비료와 농약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전국토에 깔려 있는 부엽토속의「토착미생물」을 이용해 만든 비료로 농사를 짓는 농법.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대신 토착미생물을 이용하므로 땅의 힘이 오히려 강해지고 생산량이 10% 정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토착미생물은 동물 분뇨를 분해, 악취를 제거하며 다시 사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양계나 양돈장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다.
현재 전국의 1백70여개 마을 3천5백여농가가 농협이나 축협, 영농후계자들의 소개로 이 농법을 도입, 농사를 짓고 있으며 정부도 우루과이라운드 타결이후 문제가 되고 있는 소규모 농가의 경쟁력강화대책으로 자연농법 채택을 검토중이다. 특히 강원도에서는 최근 이 농법을 농가에 적극 보급하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이 농법을 배우기 위해 최근들어 30여명단위로 매년 10여차례 연수단을 보내오고 있으며 도쿄에는 「한국의 자연농업을 배우는 모임」이 설립될 정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또 세계은행(IBRD)과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이 공동으로 설립한 개발도상국농업 연구팀은 지난 6월 자연농법이 개발도상국의 농법으로 적합하다고 판단, 내년 5∼7월께 10여명의 전문가를 우리나라에 파견해 본격 연구에 들어갈 예정이다.
자연농법은 한국자연농업협회 조한규회장(60)이 개발, 보급해왔다. 수원 출신인 조회장은 지역농업 육성에 뜻을 품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남을 나이인 26살때 수원농고에 입학, 공부를 한뒤 일본을 오가면서 우리 실정에 맞는 새로운 농법을 연구해왔다. 조회장은 흙속의 각종 미생물들이 지력을 회복시키고 나뭇잎들을 분해해 비료기능을 하도록 한다는데 착안, 연구를 거듭한 끝에 지금의 자연농법을 개발해 보급에 들어갔다. 보급 초반에는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니 오히려 생산량이 줄어들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으나 10여년전부터 서서히 전파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1백80여차례의 교육을 실시, 3천5백여명의 교육생이 배출됐다.
토착미생물 비료를 만드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토착미생물은 대나무가 많은 지역이나 활엽수가 많은 지역의 부엽토에서 쉽게 발견된다. 토착미생물이 많이 들어있는 부엽토에 밥과 흑설탕등을 넣으면 토착미생물이 대량 배양되고 1주일쯤 지나면 액체상태가 된다. 이 액체를 희석시켜 쌀겨와 섞으면 천연 비료가 된다는 것이다.
조회장은 『지금까지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지은 결과 대부분 종전보다 수확량이 10%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농약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자연농법 농산물은 품질도 우수해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자연농법 농산물은 주로 서울의 백화점등에 공급되고 있는데 지난해부터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모으기 시작, 서울 강남지역에서는 1천여가구가 소비자 택배회원으로 가입, 자연농법 농산물을 공급받고 있다.
자연농법은 노동집약적이어서 대규모농업에는 부적합하고 처음 3년정도는 땅의 성질을 바꾸어야 하므로 수익이 없다는 단점이 다. 하지만 우루과이 라운드이후 위기를 맞은 우리나라 소규모 농가들에게는 현재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농법이라는 점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평가를 받고 있다.【박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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