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타결땐 국교수립” 언질준듯/“관계진전,남북대화 필수”강조 미국정부는 평양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북한과의 전문가회의에서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것으로 워싱턴의 분석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이번 협상은 비공개로 진행중이어서 회담내용이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있다. 미관리들은 이번 회담이 협상이 아닌 타당성 조사활동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워싱턴의 분석가들은 북핵문제가 본질적으로 기술적인 차원에만 머무를수 없는 정치적인 이슈라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이번 회담에서도 양국간에는 상당한 의견절충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에서 이미 합의된 부분에 대해서는 더이상 손을 대지 않으면서 이를 기초로 세부적인 미합의점에 대해서만 한가지씩 타협해가는 이른바 「블록쌓기」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북한도 기본적으로는 미국측의 협상방식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평양과 베를린에서의 이번 회의에서도 상당히 구체적인 「거래목록」이 작성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는 지난달 12일의 「제네바 합의문」을 보완하기위한 협상인 동시에 오는 23일로 예정된 3단계 고위급회담의 예비접촉의 성격을 띠고 있다.
미국은 우선 이번 평양회의를 통해 북한과의 「보다 정상적인 관계개선」의사를 구체적으로 확신시키면서 북핵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경우 양국간에는 국교수립도 가능하다는 언질을 주었을 것으로 한반도문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국정부는 북한이 평양회의에 부여하는 정치적 의미를 가능한한 축소하려 애쓰고있다. 그러나 이번 회의를 위해 미정부의 공식대표단이 북한정권수립이후 처음으로 북한에 들어가 사실상의 수교협상에 착수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법률적인(DE JURE) 국가인정을 한 셈이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북한측공식대표단의 워싱턴 방문길도 트였다. 결국 미국은 「2개의 한국」을 용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있다.
미국측의 순차적인 북핵해결방안에 따르면 양국간 연락사무소의 설치시기는 핵문제가 완전 타결되는 시점이 된다. 로버트 갈루치 미국무차관보는 9일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에서의 연설을 통해 『연락사무소 개설은 핵문제가 충분히 해결된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측은 이번 평양회의에서 북미관계의 진전을 위해서는 남북대화의 재개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북한측에 강조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미국의 북핵해법수순은 분명한 것 같다. 즉 북한의 핵확산금지협정(NPT)복귀와 이에따른 통상및 임시사찰의 수락, 대형 원자로 건설중단과 재처리금지 조치등 당장 실천이 가능한 사안을 이행하라는 것이다. 미국도 발전기제공을 비롯한 대체에너지 공급이나 북한의 안보불안을 해소하기위한 조치들을 우선적으로 이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특별사찰문제는 북한으로서는 정치적 이슈임을 고려해 다른 핵문제가 거의 마무리되고 난뒤 이행해도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은 국내정치적으로 핵협상을 순항시켜야한다는 공통적인 이해관계를 갖고있기때문에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협상의 성공분위기를 이끌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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