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민대표 「대선공약」 내세워 항의/창원시의원 “내년지자선거 우려” 경고/민자 “결정된것 없다” 되풀이 지난 주를 고비로 수그러드는듯 했던 2차 행정구역개편문제가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최형우내무장관의 귀국에 때맞추어 울산의 직할시승격유보설에 대한 울산시민의 반발이 12일 강하게 터져나왔다. 이날 하루동안 국회의 김종필민자당대표 집무실은 울산뿐 아니라 경남·경북지역의 항의단으로 북적댔다. 그러나 일이 정치권을 벗어나 항의방문, 농성, 파업에까지 이르자 정치권에는 극심한 지역이기주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날 상오 9시30분께 울산 시민대표 20여명이 울산출신 김채겸 차화준 차수명의원을 앞세우고 국회를 방문, 김종필대표등 민자당지도부를 면담했다. 울산출신 경남도의원과 울산시의원등 시민대표는 무엇보다 울산의 직할시승격이 김영삼대통령의 선거공약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연대파업불사등 현지의 심각한 분위기를 전달했다. 이들은 『직할시승격의 요건을 갖추었으니 3당이 모두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것아니냐』 『울산은 경제개발의 씨받이노릇만 해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 『정부는 해주려는데 당이 못하게 하는 것아니냐』며 『정권은 3년이면 끝나지만 서부·중부경남과 동부경남의 감정의 골은 30년이상 가게 생겼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대표는 『감정이 격앙된 상태이니 진정하라』 『나도 느끼는 바가 있지만 나랏일을 해가는데 이래서는 해결이 안된다』고 우선 분위기를 진정시켰다. 김대표는 이어 『남북도 분단돼 있는데다 영호남이 지역감정으로 갈라져있는데 경남·북까지 이래서야 되겠느냐』며 『더불어 살아야하는 세상에 너무 성급하게 이러지 말고 합리적으로 해결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세기정책위의장은 『내무부안은 공론화과정을 거쳐 합리적 판단을 하겠다는게 당의 입장』이라며 『너무 격앙하지 말고 합리적 판단을 할수 있도록 맡겨달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울산 시의원 9명이 전날밤부터 여의도 민자당사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 가운데 울산시민 5백여명이 이날 새벽 상경, 당사앞에서 항의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당사주변에 「지역이기주의 내세우며 직할시 부푼 꿈을 짓밟는 정치인은 물러가라」는등 플래카드를 내건채 『확실한 대답을 듣기전에는 절대 내려갈수 없다』고 주장했다. 일이 다급해지자 백남치정조실장은 휴대용 확성기를 통해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바 없다』고 강조한 뒤 현장에 나와있던 정몽준의원(무소속)및 시민대표등과 수습방안을 논의했다.
○김종필대표 말절제
○…하오 2시30분께는 창원시의원 20여명이 이지역 김종하의원과 함께 김대표를 방문했다. 이들은 물론 앞서 김대표를 방문한 울산대표와 반대주장을 개진했다. 시의원들은 『정부여당은 어느쪽이 국익을 위한 것인지를 신중히 검토해달라』 『민주주의란 많은 쪽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아닌가』라고 주장했고 한 시의원은 『이대로 가면 내년 지자제선거가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지난주 경남대표들에게 『걱정말라』고 말해 오해를 샀던 김대표는 이날 입장이 곤란한듯 상당히 말을 아꼈다. 김대표는 울산대표를 만났던 얘기를 전한뒤 『당정이 가장 합리적인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지역에 내려가 주민이 너무 흥분하지 않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때 김대표의 방밖에는 울산대표 10여명이 서있었으나 창원대표들과 시비가 벌어지지는 않았다. 울산대표들은 그러나 김종하의원에게 『울산의 직할시승격을 반대하지말아달라』고 호소했으며 김의원은 『나는 지역구민이 뽑은 사람이니 입장을 이해해달라』고 난처해했다.
○지방자립도 우선 고려
○…창원대표와의 면담이 끝나자마자 이번에는 경북도의원 10여명이 김대표를 방문했다. 경북도의원 70여명은 대구시 확장반대와 대구의 경북도편입을 주장하기 위해 상경, 경북출신 민자당의원들과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점심식사를 한 뒤 10여명을 대표로 김대표에게 보낸 것이다. 김대표는 어이없다는듯 쓴 웃음을 지으며 『이 문제는 지역적 생각만 갖고 다뤄져선 안된다』면서 『국가장래와 지방자립도를 돕는 방향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이기주의」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밖에 부산으로의 편입이 거론되고 있는 진해출신의 배명국의원도 김대표를 방문, 반대의사를 밝혔다.【정광철·장현규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