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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유민/박찬식(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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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유민/박찬식(메아리)

입력
1994.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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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모두 서양식을 따라 나이를 만으로 계산하지만, 사실은 전부터 우리가 하던 대로 태어나면서 한살을 먹는 것으로 셈하는 것이 더 옳은 방법인지 모른다. 수태하는 순간 새생명이 시작되는 것이니 아기가 세상에 나올 때는 이미 한 해를 살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즉물적이고 현실적인 서양문화와 윤리적이고 자연에 순응하는 우리 전통문화의 차이를 상징하는 하나의 보기일 수도 있다. 옛날에는 영아사망률이 높아서, 서양에서는 태어난 후 1년을 죽지 않고 살아냈다는데 의미를 두어 첫번째 생일에 한살이 되는 것으로 기뻐하고, 우리는 그것을 돌잔치로 축하해 온 것이 아닌가 싶다. 서양식 나이는 말하자면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부닥치는 온갖 장애와 슬픔과 고단함을 이겨 낸 투쟁의 연륜을 의미함이요, 우리식 나이는 자연의 한 부분으로서의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높이와 깊이를 더해가는 생명 자체의 나이테를 뜻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인공적인 인구조절이나 임신중절을 허용하는 것이 옳은 일이냐의 여부를 놓고 토론이 불붙고 있는 카이로의 유엔 국제인구개발회의에서도 이런 문화적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인위적 인구조절을 주장하는 쪽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선진국들이다. 이 지역에서는 이미 인구증가가 멈춘 상태거나 감소하고 있다. 반면에 급격하게 늘고 있는 곳은 서남아와 아프리카의 저개발국들이다. 이중에서도 인도는 그대로 내버려 둘 경우 30년 뒤에는 14억명으로 늘어 중국을 제치고 세계제일의 인구대국이 될 것으로 유엔인구기금은 전망하고 있다. 지구자원을 배분하는 문제만이 아니더라도 이처럼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한 저개발국의 유색인종이 한정없이 늘어나 장래 백인이 열세에 몰리게 되는 사태는 서구선진국 사람들에게 참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서양인들의 이런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현대사회의 발전과정을 볼때 경제개발에 따라 나라가 잘 살게 되면 인구는 억지로 줄이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감소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구조절과 인간존중, 이와 관련한 우리의 개발정책은 어떤가. 행정구역 개편도 좋고 광역개발계획도 좋지만 어느날 느닷없이 나라를 벌컥 뒤집어 놓은 최근의 발표들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처지를 생각이나 해 본것인지 의심스러울 만큼 갑작스럽다. 인간존중은 커녕 하루아침에 고향에서 쫓겨나 도시빈민촌을 떠돌게 될 유랑민의 슬픔쯤은 안중에도 없었을 것이 뻔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무지막지하다. 민생을 돌볼줄 알아야, 백성의 눈물을 이해할줄 알아야 큰 정치인이 된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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