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측 사후설명의존 “답답하다”/북경 등 공관에 비상근무 지시 평양과 베를린에서 북미전문가회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회의내용에 관해서는 극히 일부분이, 그것도 불명확하게 알려지고 있을 뿐이다. 특히 북미간 연락사무소설치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전문가회의의 경우 북측 수석대표도 파악되지 않고 있는등 실로 오리무중인 상태다. 정부도 표면적으로는 회의자체가 철저한 비공개라는 이유를 들어 「회의가 끝난뒤에 보자」식으로 일관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회담에서의 구체적인 논의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정부는 베를린 전문가회의에서 북미간에 주고 받은 내용에 대해서는 비교적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회의가 시작되기 앞서 미국측의 양해아래 외무부의 박인국 군축원자력과장을 베를린에 파견, 미측과 사전·사후협의가 가능하도록 채널을 뚫어놨다. 미국측은 지난 10일의 회의가 끝난뒤 본국에 대한 보고와 함께 한국측에도 회의내용을 설명해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다만 내용은 알고 있으나 아직도 회의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항을 공표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이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회의가 끝난뒤 공표할 것인지에 대해서 북미간에 양해가 이루어지지 않은데다 북한이 회의내용의 사후 유출에 대해 매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사정을 반영하고 있다. 정부당국자들은 오히려 이 회의가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것이 아닌 의견교환수준의 회의라는 점을 들어 회의가 모두 끝난뒤에도 각각 내부보고서를 작성할 수는 있어도 회의내용이 공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베를린 전문가회의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평양전문가회의에 대해서는 「정말 모른다」며 답답한 심정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는 물론 기본적으로 북한의 폐쇄성에서 연유하는 문제이기는 하다. 그러나 정부로서는 북미관계개선이라는 민감한 사안에 관해 「나 몰라라」할 수도 없는 입장인 만큼 모든 채널을 동원, 조금이라도 알아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평양에 가 있는 미국 대표단이 본국으로 보고해 올 경우 이를 즉시 한국정부에도 통보해 줄 것을 요청해 놓고 있다. 평양의 미국측 대표단은 이와 관련, 북경의 미대사관을 경유해 본국과의 연락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보안상의 문제 때문에 12일 현재까지 평양에의 도착사실과 회의시작 사실만이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감안, 미국무부의 사후설명에 의존하는 외에 북경등 북한내부정보에 접할 수 있는 해외공관에 비상근무지시를 내리는 한편 중국정부에 대해서도 비공식적으로 협조요청을 해 놓았다는 것. 그러나 정부가 평양전문가회의와 관련, 현재까지 파악하고 있는 것은 미국측 대표단이 북한측 대표와의 회의 이외에도 북한의 여러 인사를 만날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평양의 미국측 대표단이 북한의 정치선전에 이용될 소지도 있는 것으로 보고 가급적 회의 이외의 활동을 자제해줄 것을 미국측에 요청해 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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