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재택근무/미 “확산” 영 “후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재택근무/미 “확산” 영 “후퇴”

입력
1994.09.13 00:00
0 0

◎비용 절감… 자유로운 근무에 생산성 올라/팀웍 느슨·관리곤란…직원들 “소외·불안감”/매력적인 「직장공간」불구 인간관계 허점드러나 『재택(재택) 근무는 미래의 직장공간으로서 과연 적합한 제도인가』

  컴퓨터와 전화를 이용해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새로운 근무형태인 재택근무제는 우리나라에도 꽤 보급돼 있을 만큼 낯설지 않다. 날마다 출퇴근전쟁을 치러야 하는 현대 직장문화에서 재택근무는 기업가와 근로자 모두의 구미를 당기며 21세기의 보편적인 근무형태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그러나 실상은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재택근무의 원조격인 구미사회의 경우 미국에서는 보급이 확산추세에 있는 반면 영국에서는 오히려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이 두 지역에서 전개되고 있는 서로 다른 양상은 재택근무의 미래에 대해 의미있는 시사를 던져주고 있다.

 재택근무의 장점은 다양하다. 직원들의 자가근무로 업무공간이 줄어든 기업은 기존의 업무용빌딩을 처분하거나 건물임대료를 절감하는등 비용절감을 꾀할 수 있다. 직원들이 출퇴근 전쟁에서 해방돼 생산성도 높아진다. 근로자들은 딱딱한 분위기의 사무실에서 상사의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된다. 자기가 맡은 일만 잘 처리하면 근무시간도 자유롭게 쪼개 쓸 수 있고 자녀들과 즐거운 시간도 가질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재택근무연구소는 미국의 전체 직장인중 3∼5%에 해당하는 4백만∼5백만명이 현재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대기청정법이 각 기업체에 직원들의 출퇴근 승용차에대한 배기가스 방출량을 줄이도록 하자 업체마다 앞다투어 직원의 재택근무를 장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영국의 경우는 다르다. 지난 60년대에 재택근무제를 첫 도입한 컴퓨터회사인 FI그룹은 최근 이 제도를 완전히 중단했다. 지난 80년대초 퇴직사원들을 대상으로 재택근무제를 시험도입했던 랭크 제록스사도 정식사원들에게까지 확대하지 못한 채 중단해 버렸다.

 영국 고용부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영국의 직장인중 재택근무자는 2백명당 1명꼴도 채 되지않아 전체의 0.5%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에서 재택근무자가 늘지않고 있는 것은 경기침체가 한 원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재택근무제가 가지고 있는 폐단에 있다.

 FI그룹은 재택근무를 중단한 이유에 대해 『우리가 하는 일은 보다 긴밀한 팀웍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더 이상 재택근무가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사실 재택근무는 생산성향상과 기업비용감소라는 이점이 있긴 하지만 직원들을 개체화하기 때문에 회사의 동질성유지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직원들을 관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매일같이 부하직원을 맞대고 일하는 상사들에게 목표를 할당하고 스크린을 통해 결과를 보고받는 것으로 인력관리를 대신해야 하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재택근무자들도 마냥 행복한 것만은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해 재택근무제를 도입한 영국의 과학정책연구소는 재택근무자들이 더 이상 가정을 직장으로부터의 도피처로 여기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승진에서 누락되지 않을까하는 불안감과 일터로부터의 소외감, 가정불화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소의 한 직원은 『집에 있는 동안은 도무지 일에서 해방됐다는 느낌을 가질 수 없었다』고 불안한 심경을 토로했다.

 재택근무를 위한 법적·기술적 장벽은 극복됐지만 사람의 문제 만큼은 현대기술로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김상우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