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자의적으로 사건을 부풀리거나 축소하려는 「고무줄 수사」 관행이 최근 되살아나고 있다. 범인이 잡히고 세인의 주목을 끌 수 있는 사건은 과대포장하고, 해결이 어려운 발생사건은 축소하거나 서로 떠넘기려 한다. 지난 10일 복제한 옷장열쇠 1천7백여개로 서울시내 사우나탕을 돌아다니며 20여차례에 걸쳐 억대의 금품을 털어온 주부 김모씨(50)를 붙잡은 서울 송파경찰서의 사건처리과정은 과대포장 수사의 대표적인 사례다.
경찰은 당초 피해액수가 5억여원이라고 발표했다가 엄청난 액수에 의혹이 제기되자 『매주 2차례씩 평균 2백50만원 가량을 훔치면 1년에 1억원이므로 5년이면 5억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씨는 자신이 훔친 금액은 5천만원 정도라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경찰도 발표당시까지 이 이상 확인하지 못했다.
5년동안 한 사람에 의해 끊임없이 저질러진 사우나절도사건의 범인을 검거하지 못한 책임은 없고 공만 내세운 것이다.
조직폭력배 오일씨 피살사건은 축소 수사, 떠넘기기 수사의 사례다. 경찰은 발생 직후부터 줄곧 「조직폭력배들의 감정싸움에 의한 우발적인 살인」으로 고집하다가 용의자들이 방배동 영등포일대를 무대로 활동해온 신흥폭력조직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폭력조직간의 세력싸움」으로 부랴부랴 수사방향을 바꿨다. 한 경찰관은 『이 사건의 현장인 신사4거리 4차선도로의 중앙선이 강남서와 서초서를 구분하는 경계인데 하필 오씨가 중앙선을 깔고 누워 숨지면서 머리가 강남서쪽으로 향해 우리가 맡게됐다』며 골치아픈 사건을 맡게 된 것을 푸념했다.
위조달러 유통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발생당시 서초서의 한 경찰관은 『위폐가 발견된 3곳의 호텔중 2곳이 강남서 관할이고 서초서 관할인 르네상스호텔도 행정구역상 강남구이니 강남서 사건이나 마찬가지』라는 해괴한 논리를 펴기도 했다.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본연의 임무를 다시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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