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북한을 향해서 미소외교를 펴기 시작했다. 일본은 불편했던 과거를 청산하고 북한과 미래의 새 경제협력관계를 맺기 위해 조용한 탐색전을 펴 나가고 있다. 돈이 절대로 필요한 북한도 내심으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눈치이다. 한국정부가 북미회담 못지 않게 신경을 써야 할 또 하나의 숙제로 북일회담이 떠오르고 있다. 북한과 일본은 1992년11월 제8차수교회담중 김현희에게 일본어를 가르쳤다는 이은혜사건과 핵문제때문에 중단, 2년여의 동면기를 가져왔다. 하지만 일본은 국익을 앞세워 다시 북한에 실리외교를 시작한 것이다. 일본관광객이 지난8월 평양을 다녀왔다. 이번 9월에 2진이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또한 지난달 23∼25일 북경에서 일본과 북한의 외교관이 회담재개를 위해 예비접촉을 했다고 들린다. 프로레슬러출신의 참의원 이노키 겐지와 사회당의 후카다 하지메참의원 의원이 김일성사후 북한을 다녀왔다.
일본정부는 최근 「북한에 대해서 특별사찰을 고집하지 않겠다」 「수교회담과 핵문제는 별개」라고 그야말로 현실론을 중시하고 있다. 동북아정치게임에 뒤질세라 북한과 비밀접촉도 마다 않고 있는 일본이다. 이에 북한도 「일본은 아직도 과거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수교회담은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은근법을 쓰고 있다. 한승주외무장관의 「북미수교보다 북일수교가 더 빨라질 수도 있다」는 발언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한 언론인은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개선은 세계로 나가는 허가증을 받는 것이라면 일본과의 관계개선은 세계로 나가는 자금을 얻게 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과거를 묻어버리고 북한의 새 경제시장을 노리는 일본의 속셈과 일본에서 보상금을 받아다가 경제를 살려보려는 북한의 의중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북한과 일본의 수교는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다.
북한과 미국의 수교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면 일본과 북한은 그 장벽이 낮다. 그중에서 가장 큰 이슈가 바로 대일청구권액수이다. 북한은 약1백억달러를 생각하고 있고 일본은 약50억달러를 주려고 한다. 결국 60억∼70억달러선에서 매듭지어질 전망이다. 그야말로 이 액수는 북한이 보물섬 한 개를 발견한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식량난 해결은 물론 경공업활성화에 젖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은 북한과 일본의 수교준비를 차가운 눈으로만 볼때는 아니다. 오히려 일본과의 관계정상화를 도와주는 것도 좋다. 그래야 북한의 체제가 안정되고 경제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 길이 훗날 통일의 짐을 덜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이 국제무대에 책임있는 일원으로 나오는 것도 기대할 수가 있다.
앞으로 한국과 북한이 회담할 시기가 다가온다. 북한을 공존과 통일의 동반자로 리드해 나갈 장단기정책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갖자. 민족과 역사에 부끄럽지 않게 의연하게 대처하자. 더 나아가 1995년 광복50주년을 남북한이 한 자리에서 축하행사를 갖기 위한 회담스케줄도 짜야 한다. 때로는 통치술을 맘껏 발휘, 실리외교 비밀외교 그리고 정상회담의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자. 북한과 미국 그리고 북한과 일본의 회담을 불안한 시각에서 보지 말고, 우리 스스로를 위한 통일외교를 자신있게 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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