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국제인구개발회의만큼 비공식 또는 비정부기관(NGO) 대표들에게 배려를 한 국제회의는 없었다. 이 회의에는 인구증가에 성공한 나라,인구억제에 성공한 나라를 가리지 않고 세계각국 대표단이 참석했으며 수천개 비정부 단체들이 행사를 주도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인구폭발국이든 인구안정국이든 사례로 꼽힌 모든 경우 인구문제 해결의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정치적이기보다 문화적인 것임이 판명됐다.
서독이 동독을 흡수한 통일독일은 인구증가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 공산주의 동독이 자본주의 서독을 흡수했다고 가정했을 때 인구증가율이 올라갔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정치보다 문화가 달라짐으로써 지금의 인구증가율이 더 안정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유엔인구기금은 2050년 세계인구를 78억명에서 1백5억명정도로 추정하고 있는데 최대치와 최소치의 차이만도 현재 세계인구를 웃돈다. 이같은 숫자가 이미 결정된 것이라면 문화는 그다지 큰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인구의 불확실성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인구증가억제에는 여러가지 조건이 있지만 인간의 행동방식이 인구억제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문화의 변화는 곧 여성의 지위변화를 의미한다. 이는 위에서 아래로 행해지는 정치적 변화라기 보다는 아래에서부터 위로 행해지는 사회적 의식의 전환을 뜻한다. 문화의 변화는 이미 정치 사회적으로 판이하게 다른 한국이나 케냐같은 곳에서도 현저한 출산율 감소를 가져왔다. 이같은 변화는 시작은 다르지만 중단돼서는 안된다.【정리=박진렬로스앤젤레스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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