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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35년만의 최대시련/카스트로 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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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35년만의 최대시련/카스트로 건재할까

입력
1994.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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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시위 격화 폭동땐 정권위기/“지지층확고 붕괴까진 험로” 분석도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는 건재할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정확한 답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최근 빚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로 볼 때 카스트로가 집권 35년만에 최대 시련을 겪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는  지난 7일 상이한 성격의 시위와 소요사태가 각각 한차례씩 발생했다. 시내 각각 다른 장소에서 나타난 1만여명의 대학생들이 이날 상오 아바나대학에 집결, 미국의 쿠바봉쇄정책에 대한 비난과 철회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정부지지 시위가 끝난 뒤인 이날 하오에는 구아바나지역인 아바나비에라와 아바나센트럴의 주민들이 두빌호텔의 외화상점을 습격하는등 격렬한 반정부 소요사태를 일으켰다.  주민들은 『달러소지자나 외국관광객을 제외한 일반인들은 한조각의 고기나 빵을 구할 수 없다』며 절대빈곤과 국민들간의 위화감에 큰 불만을 나타냈다. 이번 반정부소요에서는 진압경찰 1명이 사망하는등 종래 볼 수 없었던 과격성이 나타나 정부관계자들이 크게 당황했다.

 카스트로정부가 들어선이후 지난 8월5일 첫 반정부시위가 벌어졌던 두빌호텔앞에서의 두번째 소요는 쿠바정부가 한달여전부터 시내 검문검색을 강화한 속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첫번째 시위와는 또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처럼 쿠바국민들의 카스트로정부에 대한 지지와 반대는 극과 극을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쿠바문제전문가들은 『쿠바에서는 선택받은 계층이나 혁명정신에 투철한 청소년들만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대학생들의 반정부시위보다는 구아바나주민들의 소요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쿠바정부는 지금까지 『학습능력을 갖춘 청소년이면 누구나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며 대학생들이 정부에 의해 선택받은 계층이 아니라는 사실을 대내외에 강조해왔다. 하지만 교육부장관 페르난도 베시노 알레그레트는 대학생들의 친정부시위가 발생한 뒤 『혁명정신을 수호할 수 있는 청소년들만이 대학에서 공부할 자격이 있다』고 발표해 대학생들이 특권층임을 사실상 시인했다.

 현재 쿠바국민들중 노년층과 대학생의 소수만이 카스트로체제를 옹호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현 정부에 비판적이다. 그러나 쿠바의 반정부세력은 조직화되어 있지 않고 자주성도 갖추지 못했다. 8월5일의 첫번째 소요와 7일의 폭동 역시 조직적인 것이 아니라 우발적 내지 충동적으로 발생했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한편 쿠바에서는 지난 여름 동부주에서 일부 군인들이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카스트로정부는 지금까지 3차례의 대규모 난민탈출사태를 경험했다.  65년 마탄사스주의 카마리오카항에서 2만여명이, 80년 마리엘항에서 12만5천여명이 쿠바를 등졌다. 올해 8월에는 2만6천여명이 탈출용 뗏목으로 플로리다 해협을 건넜다. 탈출자들의 숫자면에서만 본다면 이번 사태는 종전과 비교해 큰 숫자는 아니나 탈출이 쿠바 북부의 거의 전해역에서 감행됐으며 이를 전후해 폭동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사태가 보다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의 탈출사태가 곧바로 카스트로정권의 붕괴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아직까지도 카스트로를 지지하는 기성층이 두껍기 때문이다. 쿠바혁명은 실패했으나 카스트로의 개인적 인기와 카리스마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는게 중론이다. 미국이 9일 쿠바인 이민을 연간 2만명씩 받아들이기로 합의한 것도 쿠바사태가 정권붕괴를 가져올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아바나=김인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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