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세주의 뿜어낸 “할리우드 이단자”/「고원의 결투」 「이유없는 반항」 등 강렬한 인상 심어 영화가 탄생한 지 내년으로 1백주년을 맞는다. 1895년12월28일 파리의 스크리브그랑카페에서 뤼미에르형제가 관객을 상대로 20분짜리 스케치필름을 상영한 것이 영화의 기원이다. 영화탄생1백주년을 앞두고 불후의 명작을 남긴 명장들의 면모와 작품세계를 더듬어보는 「명감독열전」을 연재한다.【편집자주】
『플레이 더 기타, 플레이 잇 어게인 마이 자니』하며 페기 리가 심장을 도려내듯 서럽고 감미롭게 노래(작곡 빅터 영)를 불러주던 변태적인 웨스턴 「고원의 결투」(54년). 50년대 작품활동의 절정기를 맞았던 할리우드의 이단자 니콜라스 레이감독(1911∼1979)의 특성이 뚜렷이 나타난 영화중 하나다.
색깔과 화면구성에 뛰어난, 날카로운 시각적 감각과(레이는 건축학을 전공했다)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국외자에 대한 깊은 관심의 소유자였던 컬트감독 레이의 시적이고 어두운 스타일이 이렇게 요란하게 스케치된 영화도 없기 때문이다.
남달리 강렬하며 낭만적인 염세주의로 작품을 채색하던 레이는 개성이 뚜렷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늘 장르의 벽을 허물려 시도했고, 이 때문에 할리우드의 기성세대와 끊임없는 갈등을 빚었었다. 작품속에 연민을 가지고 체제에 저항하는 고독자를 자주 등장시키는 데는 자신의 이같은 경험이 큰 작용을 하고 있다. 그의 영화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갈등하고 고통하고 절망한다. 그들은 세상의 온갖 쓴맛을 맛본 위험하고 문제성있는 자들로 묘사됐다. 「고원의 결투」에서 손씻고 총대신 기타를 등에 메고 다니는 자니 기타(스털링 헤이든)와 레이의 대표작으로 「폭력의 시」라 불리는 「이유없는 반항」(55년)의 부루퉁한 고뇌자 제임스 딘이 이렇게 사회로부터 떨어져나간 사람들이다.
레이의 영혼분실자들은 그의 데뷔작인 흑백 「그들은 밤에 산다」(49년)에서부터 등장한다. 레이의 걸작중 하나인 이 범죄영화는 법에 쫓기는 두 젊은 연인(팔리 그레인저, 캐시 오도넬)의 저주받은 사랑을 그린 것으로 레이의 상표인 염세주의 냄새가 코를 찌른다.
살인사건에 연루된 폭력적이요 냉소적인 할리우드의 각본가 험프리 보가트(「외로운 곳에서」·50년)도 영혼분실자요, 화려한 스타일의 갱스터스릴러 「파티걸」(58년)에서 각각 타락한 변호사와 고급창녀로 나온 로버트 테일러와 시드 채리스도 모두 자기혐오증에 빠진 감정의 불구자이며 사회로부터 추방된 자들이다. 그러고 보면 레이의 대작인 「왕중왕」(61년)에서 예수보다 더 부각된 가롯 유다(립 톤)도 국외자다.
레이의 또 다른 특징은 배우들로부터 좋은 연기를 뽑아낼 줄 아는 능력이다. 제임스 딘은 말할 것도 없고 불쌍해서 못봐줄 것 같이 애처롭고 순수한 팔리 그레인저와 캐시 오도넬, 과거가 의심스러운 권총찬 술집여주인 비엔나역의 존 크로퍼드(「고원의 결투」) 그리고 험프리 보가트와 그를 사랑하는 글로리아 그래엄등의 연기는 다른 데서 찾아볼 수 없는 명연기라는 평을 듣는 것들이다.
레이의 영화중 「고원의 결투」와 「이유없는 반항」은 색깔구사가 눈부신 영화로 꼽힌다. 특히 그의 첫 컬러작품이자 컬트적 요소가 짙은 「고원의 결투」에서는 붉은 화염과 두 여주인공의 흑·백·적색의상등을 빌어 인물들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색깔화하고 있다. 작품속에 급작스럽게 폭력이 개입하는 것도 레이의 또다른 특징이다.
프랑스 누벨바그의 기수 장 뤽 고다르는 『시네마는 니콜라스 레이』라며 레이를 숭배했다. 할리우드와 관객의 저급한 입맛을 경멸했던 레이는 이렇게 미국보다 유럽에서 더 사랑을 받았다. 그는 1963년 모양만 컸던 「북경의 55일」을 마지막으로 할리우드를 영원히 떠난 뒤 다시는 상업영화를 만들지 않았다. 할리우드의 영원한 이방인이었던 레이가 자처해서 떠났던 예술의 유랑길이었다.【미주본사 편집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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