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봉쇄 등 불씨 여전 근본해결 한계 미국이 9일(현지시간) 쿠바와 뉴욕회담을 통해 난민유입사태 저지를 위한 일련의 조치에 합의한 것은 클린턴대통령의 정치적 계산이 우선한 고육지계라고 볼 수 있다.
양국은 협상이 끝난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미국과 쿠바는 생명을 잃을 위험이 있는 난민들의 불안한 탈출을 막아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히고 쿠바인의 미국이민 연간 2만명 수용을 골자로 한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이로써 미플로리다를 향해 파도처럼 밀려오던 보트피플의 집단유입사태는 가까스로 진정될 조짐이다. 그동안 미국행 탈출을 방조해왔던 쿠바정부도 이날 회담타결직후부터 쿠바인들의 뗏목항해를 금지시키는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쿠바당국은 국영언론매체를 통해 발표한 성명을 통해 10일 정오부터 72시간이내에 미국행 준비를 위해 만든 뗏목들을 수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뉴욕회담합의는 결과적으로 미국정부의 발등의 불이었던 대내외적 현안을 외견상으로나마 추스려 놓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난민유입사태라는 급한 불을 일단 끄기는 했어도 미정부가 「쿠바문제」를 완전 해소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정부는 아직도 산적한 쿠바문제로 인해 적잖이 고심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어차피 쿠바난민사태는 클린턴 행정부와 카스트로 정권과의 신경전이 발단이었던만큼 본질문제랄수 있는 미국의 대쿠바 적대정책, 예컨대 경제봉쇄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쿠바측이 뉴욕회담에서 난민사태이외에 이 문제를 거론해야한다고 주장했던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이같은 쿠바측 요구에 대해 미국측 입장은 매우 단호하다. 마이클 매커리 국무부대변인은 이에대해 『우리는 쿠바가 정치적 경제적 개혁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금수조치를 둘러싼 어떠한 협상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클린턴행정부의 쿠바정책에 대한 미조야의 평가는 결코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선 의회부터가 녹녹하지 않다. 일부 의원들은 클린턴행정부의 쿠바정책은 이미 사라졌어야할 냉전적 발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시리아와 북한에는 평화 제스처를 취하면서 왜 유독 쿠바에만 여전히 강경책을 고수하느냐는 지적이다.
쿠바가 구소련의 대리인이던 시절에는 엄연히 미국의 국가이익에 도전하는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들은 미국의 쿠바정책에 있어 전반적인 시각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원 외교위의 크리스토퍼 다드의원은 『쿠바당국과 대화한다는 것이 곧 미국이 카스트로를 용인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그들을 국제적 고립에서 끌어내는 노력이 우선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회쪽의 비판론자들은 쿠바에 대해 경제봉쇄조치를 계속하는 것은 쿠바의 민주적변화를 촉진시키기는 커녕 폭력적 변화만을 조장하는 꼴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보적 외교분석가인 래리 번스씨는 『카스트로가 아무런 보상도 없이 무슨 일인가 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면서 『막후협상은 계속되어야하며 대부분의 대쿠바제재조치는 해제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클린턴행정부로서는 공화당의원들의 정치공세에도 불구하고 연말 선거가 끝날때까지는 이같은 화해조치를 취하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
결국 이번 뉴욕합의는 난민사태에 따른 미국내의 비등한 여론과 지도력부재라는 공화당의 질책을 피하기 위한 클린턴행정부의 임시방편 조치이며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한 백악관측의 미봉책이라는 성격이 짙다.【워싱턴=정진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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