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의원들 “서로가 원망”/응집력구멍 정국운영에 부담 정국주도세력인 민주계의 집안사정이 심상찮다. 경기도분할론으로 시작된 2차 행정구역개편문제가 몇바퀴를 돌고 돈 끝에 마침내 울산의 직할시승격여부로 압축되면서 민주계에 편가르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형우내무장관이 「총대」를 멘 울산의 직할시승격문제를 민자당의 김봉조경남도지부장의원이 정면공격함으로써 시작된 민주계내 갈등은 황락주국회의장 강삼재의원등 경남세와 김정수 문정수 김운환의원등의 부산세가 각각 가세하면서 더욱 묘한 양상으로 치달았다. 더구나 경남쪽에서는 최장관에 대해, 울산과 부산쪽에서는 김지부장에 대해 거의 폭언에 가까운 원색적 비방들이 난무하자 서로가 상대의 배후를 의심하는등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상도동 혈통을 지닌 민주계 지역구의원의 60%가 부산과 경남출신인 까닭에 이들 사이에 금이 간다는 것은 여권핵심부입장에서 볼 때 보통일이 아니다. 30%의 지분으로 3당통합에 참여한 소수파임에도 불구, 김영삼대통령을 만들어낸 상도동의 「절대적」 응집력에 구멍이 생긴다는 것은 집권후반기의 정국운영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을 알기에 최근 청와대가 중재에 나서고 당사자들도 부쩍 언행을 자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김지부장이 지난 1일 『행정편의주의적이고 패권주의적 발상을 한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고 최장관을 직접겨냥한 후유증은 좀처럼 치유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가닥이 잡혔다고 하나 행정구역개편문제가 여전히 첨예한 현안으로 남아있는데다 두세력 모두 명분과 현실에 발목이 잡힌 채 상대의 독주를 원망하는 형국이어서 「화해의 접점」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최장관측은 『사심이 있는 것도 아닌데 30년간 한솥밥을 먹던 김지부장이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어떻게 앞장서 지역여론을 부추길 수 있느냐』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반면 김지부장측은 『사전에 말한마디 없이 불쑥 경남땅을 떼가겠다고 하는 것은 나를 나무위에 올려놓고 흔들자는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발끈하고 있다.
물론 양측은 이같은 감정이 개인에 대한 것은 아니라 직책과 직결된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지역정서를 배려치 않고 행정효율만 앞세우는 내무장관」과 「지역이기주의적으로 여론을 호도해가는 경남도지부장」이 문제라는 얘기이다. 그러나 「포장」이야 어떻든 현정권의 거점이 양분되는 조짐이 계속되자 민주계인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와관련, 민주계의 한 인사는 『정권을 창출한 동지적 결속력도 자리와 지역에 얽매이니 앞뒤가 없더라는 식의 냉소를 낳을까봐 걱정』이라며 『차라리 다툼의 대상이 민정계중진 이었다면 대처하기가 한결 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장관이나 김지부장이 모두 뚝심과 상도동경력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들이고 보니 문제가 더욱 꼬이는 느낌』이라며 『지금은 누구 편을 들기도 어려워 어떤 형태로든지 행정구역개편문제가 매듭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같다』고 덧붙였다.【이유식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