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선고 괴로워 사표… 환갑나이에 요리학원 입학 근엄한 표정으로 재판정에서 형을 선고하던 판사가 36년동안 입었던 법복을 벗고 최근 선술집 주인으로 변신, 일본사회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주인공은 오사카(대판)고등법원 형사부에서 총괄판사로 근무하던 오카모토 겐(강본건·61). 70년 도시화재 사상 최대의 참사로 일컬어지는 일본의 도시가스 폭발사건 재판을 담당하는등 30여년동안 수많은 대형사건을 다뤄왔던 원로급 재판관이다.
그는 지난해 4월 정년을 5년이나 남기고 법복을 벗은 뒤 돈과 명예가 보장된 변호사 개업을 포기하고『제 2의 인생을 살고 싶다』며 요리전문 학교에 입학했다. 아들 딸 또래의 10·20대 젊은이들과 얼굴을 맞대며 요리칼 쓰는 방법에서부터 시작해 요리기술을 처음부터 배운 그는 학원 수업도 판사일 처럼 열심히 해 1년 과정의 학원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학원을 졸업하자마자 그는 선술집을 내기로 결정했다. 자신이 근무했던 오사카지법 부근에 개점키로 한 선술집의 이름은「PAL」(친구).
그는 부친이 변호사를 지낸 법조인 가문출신으로 54년 교토(경도)대학 재학중 사법고시에 합격했다.『재판관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기 어려운 직업』이라고 말하는 그는 언제부턴가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할 때마다 아파지는 마음을 가누지 못해 작년에 환갑을 계기로 사표를 낸 것이다.
이달중 문을 열 선술집은 그의 판사경력과는 달리 화려하지 않다. 10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 카운터와 탁자 2개가 전부로 평소 좋아하던 스윙과 재즈음악을 틀어놓을 생각이다.【도쿄=이창민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