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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노년(장명수칼럼: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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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노년(장명수칼럼:1720)

입력
1994.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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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4세의 어머니를 살해하여 암매장했던 70세의 아들이 구속됐다. 그는 『어머니가 더 이상 구박받으며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살해 이유를 밝혔다. 그는 아내도 없이 노모를 봉양하다가 건강 때문에 힘들어지자 최근 여동생과 아들을 찾아가 어머니를 맡기려 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아내의 묘소 근처에서 어머니를 목졸라 죽였다고 한다. 이 충격적인 사건을 보며 우리는 누구를 특히 나무라야 할지 착잡해진다. 친정어머니 모시기를 거부했던 딸, 할머니를 못 모시겠다고 한 손자, 자기가 봉양하던 노모를 죽인 아들… 천륜이니 인륜이니 하는 도리를 따지기에 앞서 우리는 그들의 형편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어머니가 94세라면 딸은 70이 가까울테니 그도 자녀에게 의탁한 몸일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재산이나 수입도 없고, 자녀의 살림도 옹색하다면, 친정어머니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손자도 마찬가지다. 그의 가족 구성, 주택 사정, 경제적 조건등이 모두 노인을 모시기에 무리였을지도 모른다. 노모를 죽이기까지 한 아들은 물론 잘못이지만, 그가 딱한 사정이었다는것은 한눈으로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 94세의 노인은 어디로 가야 했을까. 또 아들은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전에 어떤 방법을 찾아볼수 있었을까. 답답하게도 해답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 답답함이 오늘 대다수 노인들의 현실이다.

 그런 노인들은 노인시설로 갈 수 있어야 한다. 부양가족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지 말고, 노인 자신이 원할 때는 시설의 보호를 받도록 해야 한다. 지금 국가경제가 그만한 시설을 갖추기 힘들다고 볼 수는 없다. 노인을 위한 투자는 비생산적인 투자로 우선순위에서 밀릴수밖에 없지만, 인도적인 면에서 생각한다면 하루도 미룰수 없는 문제다.

 오늘의 노인들은 그들의 부모세대를 극진히 모셨고, 궁핍한 경제속에 자녀들을 위해 마지막 동전 한닢까지 아낌없이 바친 세대다. 자신의 노년을 위해 따로 준비한다는것은 능력밖의 일이었다. 급격한 핵가족화와 가치관의 변화로 그들의 입지는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그들의 비참한 노년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누구도 늙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그것은 우리 모두의 문제다. 미풍양속이니 효도니 하는 불확실한 미덕에 노년을 의탁하게 하지 말고,사회가 제도적으로 노인을 보호해야 한다. 유료·무료의 양로원들을 유치원만큼 많이 지어서 널리 알려야 한다. 칠순의 아들이 구십노모를 봉양하기 어렵다면, 양로원으로 모시고 가는 사회가 문명 사회다. 우리가 노인문제를 외면하는 동안 한평생을 국가와 가족을 위해 헌신한 국민들이 비참하게 여생을 보내고 있다는것을 직시해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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