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이 넘은 노모를 모신 생활능력이 없는 7순아들이 어쩔수 없이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 스스로 다섯자식이나 뒀고 여동생도 있었지만 그 모두가 노모나 할머니모시기를 거부했거나 형편이 안되자 12년전 사별한 부인의 묘앞에서 그 노모의 목을 조른뒤 암매장 했다는 것이다. 법률상으로는 존속살인의 중죄요, 도덕적으로는 사람된 도리를 저버린 패륜임이 분명한데, 이 충격적 소식을 듣고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분노에 앞서 한없이 울적하고 처연한 심사에 빠져있는 것은 또 어찌된 일인가.
그 원인이야말로 스스로 분명한 것 같다. 비록 직접 범행은 7순의 아들이 했다지만, 그 아들을 그렇게 내몬 진짜 범인은 전래의 부모 및 가족사랑 의식조차 마냥 엷어지기에 이른 각박해진 세상풍조와 노인문제에 무심한 우리사회의 구멍뚫린 복지제도라는 죄책감이 모두의 가슴을 짓누르기 때문인 것이다.
오죽하면 오늘의 사회가 무자식 상팔자라는 탄식마저 공공연해질 정도에 이르게 되었는가는 이번 김홍두씨 모자의 비극이 웅변해준다 하겠다. 94세의 림유수할머니 스스로도 차라리 자식이나 손자들이 없었다면 그렇게 참담하게 세상을 떠나지는 않았을 것이고, 아들 김씨 역시 불효아들들에 상심하면서도 셋째 아들의 죽음을 절통해하는 두갈래 절망의 늪에서 몸부림치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실 김씨 모자의 비극은 이같은 우리 모두의 인간적 아픔 차원을 떠나서도 몇가지 중대한 국가 및 사회정책적 문제를 제기한다.
먼저 날로 늘어나는 노인인구 대책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겠다. 93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5.4%이나 2021년에는 13.1%로 늘어난다는 예측이 이미 나와있다. 현재에도 농촌의 경우 노인인구비율이 이미 10%수준을 넘고 있어 시급한 대책마련없이는 비정한 현대판 고려장의 비극은 앞으로 더욱 빈발할 수밖에 없게 되어있다.
그래서 극빈노인단독가구들에 대한 국가적 복지혜택부터 확대·강화해야겠고, 그 대상에 자녀로부터 사실상 버림받은 노인들도 포함시키는등 실효있는 대책마련에 나서야겠다.
당국은 지금까지와 같이 경로우대증이나 발급하는등 안이하게 대처하는 자세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겠다. 그리고 우리 전래의 효도정신등 건전한 가족관과 가치관확립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겠다.
교육과 사회활동을 통해 효도와 가족사랑을 심어줄뿐 아니라 차라리 「효도법」이라도 만들어 법적으로도 우리의 전통을 지키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김씨 모자의 비극이란 우리 모두의 수치랄수도 있기에 국가의 제도적 대책에 앞서 시민 자구의 봉사정신 발휘가 보다 아쉽다 하겠다. 사회단체나 이웃들이 이제부터라도 지역을 쪼개 노인들을 자발적으로 돌보는 운동부터 전개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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