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책임제의 권력구조는 결국 대통령을 탄생시킨 정당에 의한 정당책임제라고 할수 있다』 『선거는 정당이 치르는 것이며 정권에 대한 최종책임도 정당이 지는 것이므로 정당이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종필민자당대표는 지난 9일 고위당정회의에서 당정협조 차원을 하나 넘어선 「당중심론」을 이렇게 피력하며 전례없이 강한 어조로 정부를 몰아세웠다. 계기는 2차 행정구역개편문제등 현안을 둘러싼 당정간 불협화음이었지만 예상을 뛰어넘은 김대표의 발언수위는 회의장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김대표는 10일에도 인사차 국회 대표실을 방문한 이영덕국무총리에게 『당은 당대로 해야 할일을 의연하게 처리할 것』이라며 당의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김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질과 내용, 어느 쪽을 보더라도 선문답으로까지 비유되는 평상시의 언행과는 상당히 달랐다. 김대표가 『당정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를 해결 못해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고 당이 루를 입게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정부를 공개적으로 몰아세운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김대표는 문민정부출범이후 너무하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신중한 언행을 취해왔다.
김대표는 당정간 불협화음의 책임을 정부쪽에 돌리며 당우위를 강조했지만 민자당이 과연 그동안 제역할을 해왔는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을것 같다. 지난해 사정바람이 거세게 몰아칠때는 다칠까봐 엎드려 있었다지만 올해들어서도 민자당이나 김대표는 제대로 목소리 한번 낸 적이 없는게 사실이다. 행정구역개편문제만 해도 내무부가 던진 안에 대해 반대하는게 고작이었다. 오죽하면 『요새는 정치가 없다』 『민자당 역시 복지불동을 하고 있다』는 소리가 나왔을까 싶다.
민자당과 김대표가 모처럼 만에 행정부에 대해 당우위를 강조한것은 무기력증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는 정치권의 활성화를 위해 평가해 줄만하다. 그러나 민자당이 당우위주장을 실현에 옮기기 위해서는 자세를 가다듬어 해야할 일이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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