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장 유도 「묘책」없어 어려움 최근들어 핵문제를 비롯한 대북정책을 다루는 청와대의 분위기가 한결 차분해진 인상이다. 청와대는 10일부터 시작된 북미전문가회의에 대해서도 차분하게 대책을 세워나가고 있다. 청와대의 이같은 분위기는 지난 7일 한승주외무장관과 크리스토퍼미국무장관의 회담결과 때부터 느껴지기 시작했다.
미국이 연락사무소 교환등 북미간 관계개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남북대화의 진전이 긴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하며「한국 달래기」에 나선 결과만은 아니다. 미국과 북한의 협상결과가 우리가 바라는 방향으로 가면 되는것이지 매단계마다 무조건 실현성없는 우리의 입장만을 강조해 미국을 난처하게 하고 북한을 자극하는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쪽으로 정부의 대북정책 줄기를 잡은 것같다.
워싱턴에서 한미외무장관회담이 열리던 같은 날 이홍구통일부총리가『북한 핵문제는 남북관계의 일부인데 이문제에만 몰두하다 보니 정책적 불균형이 생겼다』고 지적한 것 역시 정부가 현실적 외교안보정책의 길로 접어든 것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사실 크리스토퍼장관은 한미외무장관회담후 기자회견 발표문에서 특별사찰이나 한국형경수로에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이전같으면 정부일각에서 민감한 반응이 나올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크리스토퍼장관이 『북한이 한국과의 실질적인 대화를 재개하지 않는 한 핵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밝힌 「핵문제 해결원칙」에 비중을 두고 있다. 미국의 원칙이 분명하고 한미공조를 확신한다면 협상의 단계마다 미국측에 요구하고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짙게 깔려 있는 것이다.
김영삼대통령이 요즘들어 대북관계 발언을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다. 『남북간 체제경쟁은 끝났다』 『언제 돌발적으로 닥칠지 모를 통일에 대비해야 한다』는 식으로 사실상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은 앞으로도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이 시점에서 고심하고 있는 것은 남북대화 재개문제이다. 지난7일 이부총리의 기자간담회 발언이나 한장관의 워싱턴 기자회견내용이 모두 북한측의 대남비방자제등 긍정적 자세변화를 촉구한 행간에는 우리측의 적극적인 대화노력 움직임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북한의 태도변화가 전혀 감지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대화를 제의할 수도 없다는데 정부의 어려움이 있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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