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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와 망언/이광일 국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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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와 망언/이광일 국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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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수많은 중국인들에게 비인간적인 행위를 저질렀습니다.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사과하는 것뿐입니다』 올해 82살된 쓰지야 요시오라는 일본인의 참회의 변이다. 그는 지난 34∼35년에 만주 일본군 헌병으로 있으면서 중국인 1천9백17명을 감옥에 보냈고 3백28명을 죽였다. 그는 41년 직접 투옥시킨 류라는 중국인에게 지난달 편지와 비디오테이프를 보내 「진심으로」 사과를 했으며 류씨는 『고맙다. 그러나 다 끝난 일이다. 우정과 평화를 위해 노력하자』고 답했다고 지난 6일자의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쓰지야씨처럼 참회하는 일본인을 가끔 대할 때마다 뭔가 당혹스러운 느낌을 받는다. 오히려 『일본은 침략전쟁이라는 생각으로 전쟁을 하지 않았다. 태평양전쟁으로 오히려 아시아는 식민지지배에서 벗어났고 경제부흥을 이뤘다』(8월 사쿠라이 신 전환경청장관) 『태평양전쟁은 침략전쟁이 아니다. 남경대학살은 날조된 것이다』(5월 나가노 시게토 전법무장관)등의 「망언들」이 덜 당혹스럽다. 일본인은 그런 사람들이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이런 「개인 차원의 발언들」을 생각하면서 지난달 31일 베를린에서 있었던 옛동독주둔 구소련군의 철군기념행사 장면을 되새겨본다.

 이 자리에서 헬무트 콜 독일총리는 41년 6월 22일 독일이 소련을 침공한 행위를 잊어서는 안된다며 『끔찍한 전쟁으로 숨진 귀국의 수백만 희생자들 앞에 머리 숙여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은 『이곳 베를린에서 유례없는 재앙의 사악한 뿌리가 자라났으며 히틀러의 끔찍한 계획의 잿가루가 휘날리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뒤 『우리는 (통일된 새 독일의) 민주주의의 가치가 이곳에서 확고히 뿌리를 내렸으며 폭력과 침략성과 다른 민족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과는 이제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을 안다』고 밝혔다.

 두 국가원수는 이처럼 과거의 아픈 역사를 분명히 짚고 나서 양국의 협력과 새로운 미래를 다짐했다. 역사의 매듭짓기는 분명했고 미래의 다짐은 진심이었다. 물론 그에 앞서 독일은 지난 50여년간 철저하게 2차대전의 과오를 청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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