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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나라/이이춘 정치부장(데스크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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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나라/이이춘 정치부장(데스크 진단)

입력
1994.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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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 나라가 시끄럽다. 그냥 시끌시끌한게 아니라 웬지 국민을 불안하고 어지럽게 만드는 시끄러움이다. 나라 곳곳에서 불거져 나오는 시끄러움은 어느새 만성화되는 듯하다.○국민을 불안하게

 주말이나 연휴에는 온 도로가 행락차량으로 마비되고 시끄러워진다. 대도시의 지하철은 개통과 동시에 말썽을 일으키고 육·해·공에서 시차를 두고 터지는 대형사고도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사업장의 노사분규는 연례행사이고 이제는 하다못해 국제적으로 망신의 대상인 대학가의 주사파논쟁이 나라를 어지럽히기도 한다. 수출이 어렵고 나라의 경쟁력이 떨어지는데 물가는 억제선을 돌파, 정부가 이를 봉합하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는 소리도 나라를 시끌시끌하게 하고 있다.

 이 모든 시끄러움은 어떻게 보면 모든 나라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일 수도 있다. 또 이런 현상은 살아가는 재미로서 국민에게 활력과 활기를 불어넣는 바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나라를 가장 시끄럽게 만드는 곳이 바로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조그마한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면서 떠들기만 하니 시끄러움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먼저 야당은 오늘 열리는 정기국회 준비는 쳐다보지도 않고 대권이니, 당권이니 하면서 밥그릇 싸움으로 나라의 한 모퉁이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야당 일각이 외치는 야권통합이라는 것도 바로 밥그릇을 확보하기 위한 다툼일뿐 진전한 야권통합과는 거리가 멀다.어제 한사람이 당권을 외치면 또 다른 사람은 오늘 대권운운하고 있다. 국민이 보기에 소연일 뿐이다.

 나라를 몽땅 책임지고 있는 정부 여당의 모습은 야권보다 더 꼴사납다. 대북한 정책등을 둘러싼 정부 외교안보팀의 혼선과 무책임성은 이미 여론의 질타를 받을만큼 받고 있어 더 이상 거론하는게 무의미할 정도이다. 그러나 문민정부 출범이후 외교안보팀의 계속된 실책은 나라를 계속 시끄럽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또다시 지적되어야 마땅하다. 며칠째 여권을 갈팡질팡하게 하고 있는 행정구역개편문제는 나라를 시끄럽게 만드는 새로운 메뉴이다.

○정부·정치권 앞장

 행정구역개편은 내년에 본격실시될 지방자치를 앞두고 반드시 손을 대어야할 사안임은 분명하다. 지자제 하에서는 지역이기주의로 국토의 균형개발이 불가능해 진다.따라서 이 시점에서 행정구역개편은 그야말로 해답이 필요한 정책현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특히 내무부는 지나친 행정편의 속성에 따라 당연히 거쳐야 할 여러 절차를 생략하고 밀어붙이기로 일관했다. 이로 인해 여권일각과 일부지역여론의 심각한 반발을 자초해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직할시를 광역화 한다면서 현 면적보다 10배가 넘은 개편안을 제시하는 무책임성과 배짱에 어리둥절해하는 사람이 적지않다. 이 와중에 서울시와 건설부가 같은날 같은 시간에 따로 발표한 서울 중점개발계획과 부산권 개발 청사진도 정부 각 부처가 한건주의에 매달려 국민의 마음을 시끄럽게만 하는 대표적 사례이다. 장담만 있을뿐 소요예산등 세부방침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못하는 개발계획은 공연히 해당지역의 땅값만 올릴 뿐이다.

○자성 목소리 없어

 며칠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최근 정부를 향해 나오고 있는 비판의 소리중 수용할 것은 수용하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소리는 정부의 정책혼선과 상황대처능력 미흡을 질타하는 「시끄러운」여론을 의식해서 나온 면도 있지만 정부 여당이 소리만 지를뿐 매끄럽게 일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의 면도 적지 않다. 

 청와대 참모들은 그래도 책임을 느끼는지 자성의 소리라도 내고 있다.그렇지만 나라를 시끄럽게 만드는 나머지 인사들은 자성하는 척도 하지 않는다. 나라는 계속 시끄러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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