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배우 장만옥(30)의 매력은 정신없이 칼을 휘두르는 「신용문객잔」이나 SFX영화 「청사」보다는 80년대에 시작된 홍콩뉴웨이브 영화속에 있다. 그것도 작가주의를 표방하고 나선 왕가위감독과 만났을 때다. 중국으로의 귀속때문에 스스로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는 홍콩의 어두운 뒷골목 인간들의 좌절과 파멸을 사실적으로 그린 「열혈남아」(원제 왕각하문). 88년 왕가위감독의 데뷔작으로 「홍콩영화의 미래」라는 찬사를 받았던 이 작품에서 장만옥은 도시생활을 견디지 못하는 대만 시골여자로 나온다. 불량배 유덕화를 사랑하는 그의 불안감과 안타까움, 그리고 마침내 식물인간이 된 유덕화를 끌어안고 오열하는 모습은 그의 이전이나 이후 작품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지하철출입구가 닫힐 때까지 유덕화를 기다리며 서성대는 발짓, 결국 고향후배를 돕기 위해 떠나는 유덕화를 태운 버스를 바라보다 돌아서는 그의 절제된 연기는 그래서 더욱 가슴을 울린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어머니의 부재에 빗댄 왕가위의 두번째 작품인「아비정전」(90년)에서 장만옥은 다시 한번 애절한 연기로 빛을 발한다. 경기장 매점원인 그는 1분간 함께 한 장국영을 평생 사랑하게 되면서 자신을 사랑하는 유덕화등 나머지 5명과 함께 고독과 상실의 우울한 홍콩분위기를 후텁지근하게 드러낸다. 그리고는 중단이다.
최근 BM 코리아가 출시한 비디오「가을날의 동화 2」에서조차 그는 과거의 분주하고 깔깔대는 연기로 돌아간 듯하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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