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년 고속증식로관련 협정 시발/기술·정보제공 후속협정 수차례/2000년까지 유효… 미 저의 의혹 핵확산방지를 주창해온 미국이 지난 78년부터 비핵국인 일본에 핵연료의 재처리 기술을 극비리에 제공해온 사실이 드러나 국제적인 파문이 일고있다.국제 환경감시단체인 그린피스가 8일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폭로한 미일간의 핵기술협력 커넥션은 일본의 핵무장 의도와 이를 비밀리에 지원해온 미국의 저의에 의혹을 자아내고 있다. 그린피스에 의하면 미국은 87년 레이건행정부때부터 미일 원자력협정등을 위반해가며 일본의 고속증식로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기술과 정보를 제공해왔다. 미국의 대일 핵기술 이전은 형식상 지난 79년 미에너지부(DOE)와 일본 동력로 핵연료사업단(PNC)이 고속증식로 개발과 관련해 체결한 협정에 따른 것이라고 이 단체는 밝혔다.
숀 버니 그린피스 조사국장은 『양국은 79년의 협정을 시발로 87년 DOE와 PNC간에 맺은 양해각서를 포함해 핵정보와 기술의 비밀이전에 관한 후속 협력협정을 수차례 체결해온 사실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미일이 79년에 맺은 협정은 오는 2000년까지 유효하다. 미국정부가 일본에 제공한 비밀 핵재처리 기술은 뉴멕시코주의 로스 알라모스 국립 핵실험장등 미국내 5개 핵무기생산공장에서 축적된 정보라고 그린피스는 주장했다.
소위 「민감한 핵기술」(SNT)의 불법 이전은 지난 78년 제정된 미국의 핵비확산법(NNPA)에 위배되는 것이다. 핵관련 기술과 물질의 수출입 통제의 뼈대가 되는 이 법안은 SNT를 3가지로 정의하고 있다.
첫째, 일반인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고 둘째, 핵재처리 시설의 설계 건설 제조 가동 정비등에 중요하며 셋째, 핵에너지법에 의해 금지된 자료 이외의 민감한 자료나 기술을 말한다.
그린피스 소속 과학자들에 의하면 일본에 제공된 기술과 자료는 이바라키현 도카이무라에 건설될 예정인 「재활용 기기실험시설(RETF)」에서 핵연료의 재처리에 이용될 것이다. RETF는 이달중 착공해 2000년에 완공될 예정으로 공사비는 1천2백억엔(12억달러). 비핵국가로서는 유일하게 일본이 보유하게 되는 이 재처리시설에서는 매년 20㎏의 고순도 플루토늄 생산이 가능하다.
일본정부가 이미 유럽에서 수십톤의 플루토늄을 들여오기로 결정해놓은 상황에서 거액을 들여 이같은 첨단 핵재처리 시설을 건설하는데 대해 주변국들은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다.
일본은 몬주와 조요등 2개의 고속증식로를 갖고 있는데 RETF는 이들 원자로에서 나오는 핵연료에서 핵무기제조에 쓰이는 고순도 플루토늄을 추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그린피스는 기술제공 배경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중이나 양국정부가 이에 대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진상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린피스의 한 관리는 『미일간의 비밀 핵기술협력에 관한 이유를 들자면 추리소설에 나올 법한 몇가지 추리가 가능하나 명백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는 추측을 삼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이 핵개발에 착수했다는 증거는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미에너지부는 이날 그린피스의 폭로와 관련한 성명을 내고 『일본과의 플루토늄 재처리 및 고속증식로 기술개발에 관한 협력계획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성명은 또 『미정부는 그린피스의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핵확산방지를 위한 기존의 정책을 충실히 이행해 나갈것』이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북한의 핵개발억제협상과 내년 5월 만료되는 핵확산금지협정(NPT) 의 무기한 연기를 추진해온 미국정부의 핵확산방지노력이 이중적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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