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류 반색… 조만간 통합선언접촉 가능성 중단상태에 빠져 있던 야권통합이 다시 꿈틀거릴 기미를 보이고 있다. 야권통합에 적극적자세를 취하고 있는 신민당의 김동길·박찬종공동대표가 9일 국민·신정당 통합에 따른 당무위원 50명을 새로 임명한것이 계기이다.
신민당의 당무위원임명은 일상적인 인사차원을 넘어 당내 주류·비주류간 갈등을 빚고 있는 통합과 당체제정비문제를 두 대표의 의도대로 밀어붙이겠다는 강력한 의지표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두 대표는 당무위원중 최고위원과 당3역등 당연직 20명을 제외한 30명을 대부분 주류측 인사로 구성했다. 또 당연직 가운데 비주류인 양순직최고위원쪽에 섰던 김수일대변인을 퇴진시키고 주류인 조일현의원을 대변인에 임명했다. 대표의 임명권을 십분 활용, 당지도부와 정책결정기구에 대한 자신들의 장악력을 강화한 것이다.
이제 두 대표의 다음 수순은 내주초께 당무회의를 소집, 전당대회의 시기와 안건을 확정하는 일이다. 두 대표는 이 회의에서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전당대회안건을 현 공동대표체제 추인과 통합문제의 당무회의 일임으로 「제한」할것이 확실하다. 『전당대회에서 단일지도체제로 당헌을 개정하고 지도부경선을 실시하자』는 비주류측 요구를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두 대표는 당무회의에서 통합수임기구를 구성, 합법적으로 통합을 추진할 수 있게된다.
두 대표의 이같은 발빠른행보에 대해 민주당의 이기택대표쪽과 주류측은 물론 반색하고 있다. 민주당은 유일한 통합파트너로 여기고있는 「김동길―박찬종카드」를 활용해 통합으로 대세를 몰아 가겠다는 심산이다. 이와 관련, 이대표의 한 측근은 『두 대표의 행보로 볼때 조만간 이대표와 두대표사이에 통합선언시기를 두고 물밑 교신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서 『우리는 통합선언은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이지만 우선 중요한것은 두대표의 「위상」이 확고하다는 서로의 확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통합으로 가는길이 험하기는 아직도 마찬가지이다. 우선 통합에 소극적인 신민당내 비주류는 당무위원임명내용을 보고 들끓고 있다. 이들은 『당내 소수파인 두 대표가 당을 통째로 들어먹으려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비주류는 당헌개정안 단독발의까지 불사하겠다는 태도이다. 한영수최고위원은 『당무회의에서 개정안상정을 저지하더라도 당헌상 중앙상무위대의원 3분의 1이상의 서명을 받으면 곧바로 전당대회에 상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을 현장에서 표결로 통과시키고 개정당헌에 따라 경선을 하겠다는 것이다. 전당대회장에서 주류·비류간 한바탕 「사단」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여기에다가 민주당에서도 비주류를 중심으로 일부 신민당의원들에 대한 반감과 통합후 공동대표체제를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점도 여전히 통합가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유성식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