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지위 격상 우려 중국 강한 거부감/대학동창회만 참석·대리방문안 등 검토 이등휘대만총통의 방일문제가 일본외교의 최대난제로 부각되고 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의 아마드위원장(쿠웨이트)이 오는 10월2일부터 히로시마(광도)에서 열리는 제12회 아시안게임에 이총통을 초청한 것이 사태의 발단이 됐다.
대만외교부는 7일 이총통의 아시안게임 참석을 공식발표하고 신분증명(ID)카드 발급을 대만에 있는 일본창구인 교류협회대만사무소를 통해 정식으로 요청했다. 이에앞서 대만올림픽위원회는 이달초 OCA헌장에 △회원국의 타회원국에 대한 차별금지 △회원의 정식대표나 선수등이 대회개최지에 들어가는것을 거부해서는 안되며 고의로 이를 위반했을 경우 OCA의 적절한 조치의무등의 규정을 들어 일본정부가 이총통의 입국을 거부할 경우 OCA측에 제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바 있다.
OCA규정으로 따진다면 아마드위원장의 초청이 없더라도 대만올림픽위원회가 이총통을 선수단임원으로 등록할 경우 주최측인 일본으로선 그의 입국을 막을 방법이 없다. 이번 케이스는 이총통이 아마드위원장의 초정을 수락한 것이어서 귀빈(VIP)자격으로 참석하겠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중국은 일본측이 이총통의 입국을 거부토록 압력을 넣고있다. 중국측의 표면적인 이유는 『일본이 이총통의 방일을 허용한다면 「두 개의 중국」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본은 지난 72년 중국과 국교를 수립하기 위해 중국정부만을 승인하면서 대만과의 국교를 단절했었다.
그러나 중국이 스포츠행사 참석을 정치문제와 결부시키는 것은 억지라는 것이 OCA회원국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최근 중국을 방문한 일본의 유력인사들에게 계속해서 이총통의 방일을 거부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이유는 대만의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지는데 대한 우려때문으로 보인다.
대만은 71년 10월 유엔에서 추방당했지만 이등휘총통은 지난해 유엔복귀의사를 표명하면서 『3년이내에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신중히 고려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총통은 대만의 독립을 강조하기도 했는데 이번 히로시마아시안게임 참석도 그러한 포석의 일환이라고 중국측은 분석하고 있다.
두 개의 중국이 상반된 요구를 해오자 일본은 묘책을 찾지 못한 채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국제적인 영향력을 고려하자면 중국측의 압력을 무시할 수 없지만 경제적인 측면을 염두에 둔다면 대만이 군침이 도는 곳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대만과의 국교는 단절했지만 민간교류는 광범위해 현재도 대만의 최대수입상대국이 일본이다. 또 대만이 91년부터 시행중인 「국가건설6개년계획」의 사회간접자본정비계획에 일본재계가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대만의 제1야당인 민진당측도 『이총통의 방일이 좌절된다면 일본제품의 불매운동은 물론 대규모의 반일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등 거국적으로 나서고 있는 형편이다.
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일본총리는 8일 『이총통의 히로시마아시안게임 참석문제는 OCA와 중국, 대만등 관련 3자가 조정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쪽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며 일본정부로서는 이 문제에 개입할 의사가 없음을 피력했다. 그러나 외무부의 한 관계자는 『이총통의 방일문제는 일중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된다』는 말로 비자발급이 어려울것이라는 점을 암시했다.
일본은 중국과 대만 양측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이총통의 모교인 교토(경도)대학의 동창회 출석만을 허용하는 방안과 이총통 대신 부총리격인 서립덕행정원부원장의 「대리방일」을 유도하는 방법등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도쿄=이재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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