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자료수집… 초기신극운동 체계화/“일제때 조선현실 빗댄 아일랜드극 도입” 신정옥교수(62·명지대 영문과)는 영미희곡을 번역한 영문학자이자 한국연극을 체계화시키고 있는 연극학자이다.
최근 펴낸 「한국신극과 서양연극」(새문사간)은 그의 영문학자적 지식과 연극학자적 열정이 합쳐져 이뤄진 결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신극운동 초기인 1910년대부터 60년대초까지 한국연극인이 서양연극을 수용하는 과정을 밝히고 있다.
『신극의 선각자들이 외국 연극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독특했습니다. 일본에서 공부했던 사람들이 일본극을 수입한 것이 아니라 당시 조선의 현실을 빗댈 수 있는 서구연극을 받아들였습니다.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던 아일랜드 연극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 한 것이 대표적 예입니다』
그는 이 책을 쓰기 위해 75년부터 국립도서관등 각종 도서관을 샅샅이 뒤졌다. 일본, 미국 하와이까지 가서 당시 신문을 훑으며 공연기록을 찾아냈고 초창기 연극인들의 후손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자료를 모았다.
서양연극의 수용과정을 체계적으로 서술한 책이 없었기 때문에 그는 누군가가 한번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으로 일에 매달렸다. 그는 『그동안 방학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책은 입센이 초기에 근대정신을 담은 대사상가로 받아들여졌던 점, 버나드 쇼의 「연극은 사회를 개혁해야 한다」는 명제가 20년대 한국연극인들을 사로잡았던 점, 50년대 이후 미국문화원의 개원과 함께 밀려든 미국연극의 영향등을 비교연극학적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그는 『서양연극은 신극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 부분을 일단 정리해야 그 다음 작업을 할 수 있다. 서양연극이 우리연극에 끼친 긍정적·부정적인 면에 대한 분석은 그 다음 작업』이라고 말했다.【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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