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연애가 포함된 대담한 성행위 묘사로 제작된지 20년만에 겨우 국내상영이 허가된 프랑스영화 「엠마뉴엘 부인」에 중년여성 관객들이 몰린다고 해서 화제다. 이 영화는 서울의 스카라·동숭아트홀·시네하우스등 3개극장에서 상영중인데, 관객의 70%가 30·40대 여성이고 강남의 시네하우스는 90%가 여성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에로 영화의 주고객은 젊은층이었고, 대부분 남자였기 때문에 이것은 매우 새로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왜 중년여자들이 에로영화를 보러 극장으로 몰려 갈까. 그 배경을 몇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는 영화·연극·전시회등을 보러 다니는 여성인구가 그동안 크게 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연극에서는 「여성연극」이 확고하게 자리잡을만큼 여성관객의 파워가 대단하다. 십여년전 소극장 산울림이 「위기의 여자」를 공연했을때, 전혀 연극을 보러 다니지 않던 주부들이 몰려나와 장사진을 이루는 일대 사건이 벌어졌는데, 그 이후 여성문제를 다룬 연극은 잘만 만들면 관객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동창회·자모회·친목계등 날로 늘어나는 모임도 주부들의 문화참여를 늘리는데 공헌하고 있다. 이런 모임들은 대개 식당에서 모이는데, 점심시간에 서울 강남의 이름난 식당들에 가면 여자손님들로 꽉차 있어 여성모임이 얼마나 많은지를 실감할 수 있다. 얼마전부터는 식사를 한후 영화·연극·전시회등을 함께 보는 모임들이 늘어나고 있다. 「엠마뉴엘 부인」의 주부관객들도 이런 모임의 회원들이 같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들은 에로영화여서가 아니라 화제작을 고르다가 그 영화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남자들은 「엠마뉴엘 부인」을 비디오등으로 많이 보았기 때문에 새삼 극장에 갈 필요가 없으리라는 것이다. 이 영화는 74년에 제작되어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고, 지금 우리나라에서 화제가 된다는 것 자체가 해외토픽 감이기도 하다.
「엠마뉴엘 부인」에 몰리는 중년여성 관객들이 말해주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 우리나라 여성들이 성에 대한 관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가까운 사이의 부부모임등에서 여자들이 야한 성적 농담으로 좌중을 휘어잡는 이상한 광경을 보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닌데, 어머니세대와 비교한다면 무서운 변화다.
「엠마뉴엘 부인」에 중년여성들이 몰린다는 것은 아무튼 재미있는 현상이다. 성적인 관심자체는 남자에게나 여자에게나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것을 남자만 독점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그 관심을 세련되게 드러낸다는 것은 남자에게나 여자에게나 매우 어렵다. 「해방감」을 잘 조절해야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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