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인켈오디오」위상 굳혔다/인켈 영 뉴캐슬공장(유럽의 한국기업:4)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인켈오디오」위상 굳혔다/인켈 영 뉴캐슬공장(유럽의 한국기업:4)

입력
1994.09.09 00:00
0 0

◎현지개발 3개모델 「유럽베스트50」에/CD·카스테레오 등 올 “2천만불판매”/일과 기술경쟁 전력… 생산망 증설 계획도 영국 뉴캐슬은 한국의 일류 오디오메이커인 인켈사의 유럽시장공략을 위한 교두보다.

 인켈은 북위 55도선 영국 동쪽 허리부분의 항구도시인 뉴캐슬 넬슨공단에 자본금 1백60만파운드를 투자, 지난 91년 6월 인켈영국공장을 완공했다. 이 공장은 가동 3년여만에 우수한 오디오제품 생산회사로서의 인켈의 이미지를 오디오의 본고장인 유럽 오디오팬에게 심어주는데 성공했다.

 인켈의 해외브랜드인 「셔우드」는 이미 유럽 오디오시장에서 일본의 유명 오디오회사인 야마하 산요등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고 있다. 현재 인켈의 유럽 오디오시장 점유율은 9위. 그러나 인켈영국공장 관계자들은 현재와 같은 속도라면 소니 필립스 마쓰시타등 선두그룹을 추월할 날도 얼마남지 않았다고 자신하고 있다.

 인켈 영국공장의 규모는 대지 6천평 건평 1천1백80평이며 직원은 한국인 3명을 포함, 63명에 지나지 않는 소규모다. 하지만 이 공장은 지난 해 1천4백40만달러어치의 제품을 생산, 판매했다. 이는 한국수출분을 포함, 지난 해 인켈의 유럽시장 전체 매출액 5천만달러중 30%에 이르는 물량이다.

○「셔우드」로 유명

 영국인켈공장의 주생산품목은 CD플레이어와 카오디오, 리시버등 3가지로 연산 25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현재 연 20만대를 조립생산하고 있다.

 뉴캐슬역에서 만난 탁정송공장장(36)의 안내로 찾아간 현지공장은 오디오공장답게 깨끗하기 이를데 없다. 영국의 대중가요가 인켈의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공장에서는 현지 여성근로자들이 조립라인에 앉아 열심히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인켈이 세계 최고급 오디오 생산국가인 영국에 현지공장을 설립키로 한 것은 유럽연합(EU)의 반덤핑장벽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당시에는 90년부터 반덤핑대상이었던 CD플레이어의 현지생산이 주목적이었으나 93년 10월 이 품목이 반덤핑에서 해제되자 지금은 새로 반덤핑품목으로 지정된 카스테레오를 중점생산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CD플레이어와 카스테레오의 시중판매가는 3백달러와 2백50∼2백70달러선으로 유럽시장에서 중상급수준이다. 탁공장장은 『우리가 생산, 셔우드브랜드로 유럽 각국에 내놓고 있는 4개 모델중 3개 모델이 유럽의 베스트 오디오 50위 안에 포함됐다. 50위라면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길 수도 있겠지만 EU시장에서 판매되는 세계 각국의 오디오모델이 2천여가지나 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웬만한 품질이 아니면 베스트 50위에는 포함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셔우드제품은 EU 12개국과 불가리아등 13개 유럽국가에 판매된다. 판매는 프랑크푸르트의 구주본부가 총괄하는데 현재 유럽지역에 17개의 판매망을 확보하고 있다. 이중 영국과 아일랜드시장은 판매법인을 겸하고 있는 인켈영국공장이, 독일은 구주본부가 직접 판매망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인켈공장의 이같은 경영성과는 인켈의 뛰어난 투자전략과 함께 이 지역의 안정된 투자여건이 톡톡히 한 몫을 하고 있다. 뉴캐슬지역은 한때 석탄·조선사업으로 번창하던 공업도시였으나 60년대 이후 선진국의 석탄·조선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이 때문에 자국민의 일자리마련에 부심하는 영국산업개발청으로부터 전체 투자비의 20∼30%를 무상지원받는다는 조건으로 공장을 건립했다.

○철저한 소음검사

 여기에다 주변지역까지 합쳐 인구 3백만명의 뉴캐슬지역은 값싸고 질좋은 노동력이 어느 지역보다 풍부하다. 탁공장장은 『현지직원의 평균연령은 32세로 비교적 젊은 편이지만 현장경험이 많아 적응기간이 매우 짧다』며 『임금수준이 국내보다 낮은 편이며 생산성은 7%정도 높다』고 말했다.

 탁공장장은 공장 안에 흐르고 있는 음악에 대해 『작업장에 음악을 틀면 오디오제품의 소음검사에 문제가 있지만 근로자들이 요청해 근무시간중 자리를 뜨지않는 조건으로 이를 수용했다』며 『이 때문에 소음테스트실을 다른 방으로 옮겨야 했지만 작업분위기는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영국인켈공장은 올해 2천만달러의 매출목표를 세웠으나 유럽지역의 경기회복지연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의 판매가 부진해 목표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그러나 프랑스시장이 최근 빠른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한동안 연기했던 증설계획을 추진, 현재 있는 공장의 뒤편 부지에 1백20만파운드를 투자해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탁공장장은 말했다.【뉴캐슬(영국)=김상우기자】

◎인켈 영국공장 멀베이 인사부장/일한만큼 주고받기 정착… 이직 거의 없어/근로자들 “공장작지만 기반 탄탄” 자신감(인터뷰)

 영국인켈공장의 근무환경은 세계 5위의 경제력을 가진 나라에 어울리지 않게 「보잘것 없는」 수준이었다. 이래가지고 「선진국」 근로자들을 어떻게 부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상오8시부터 하오4시30분까지인 근무시간중 점심시간 30분과 상·하오 각각 10분씩인 휴식시간을 제외하곤 전 종업원이 쉴새없이 일을 하고 있었다. 점심도 각자가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있으며 공장에서는 식당 겸 휴게실과 커피만 제공하고 있다. 명절이나 창립기념일에 근로자들에게 선물을 주는 우리나라 기업들과는 달리 회사측은 1년중 단 한차례 크리스마스에만 우리 돈으로 3만원 정도인 상품권 1장을 종업원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같은 인사규정을 한국인 직원이 아닌 이 공장의 인사부장 조 멀베이씨가 직접 만들었다는 점이다. 뉴캐슬대학 정경학부출신으로 올해 36세의 노총각인 멀베이씨는 여러모로 한국기업과는 다른 근무환경에 대해 기자가 놀라는 표정을 짓자 『인켈공장의 근로조건은 이 지역의 평균 수준』이라고 잘라 말했다.

 기자가 방문한 날 생일을 맞은 한 여성근로자의 책상에는 동료들이 보낸 생일축하카드와 포도주 샴페인이 수북이 쌓여 있었지만 회사측이 보낸 선물은 없었다. 『회사는 일한 만큼 급료를 주고, 근로자는 일한 만큼 받는다』라는 인식이 정착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혹시 회사가 노조결성을 막았기 때문에 이같은 근무환경에서도 근로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묻자 멀베이씨는 『영국에서 노조가 있는 회사는 40%밖에 없다』며 『근로조건이 정말로 열악하다면 이직률이 높아야 할 터인데 지난해 이 공장을 그만둔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나마도 남편이 런던으로 직장을 옮기는 바람에 그만두었을 뿐 근무환경이나 보수가 적어 이직한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일본의 현지 베어링제작회사인 NSK사에 근무하다 이곳에서 일한지 3년6개월이 됐다는 멀베이씨는 공장규모가 작아 불안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공장규모는 작지만 시장기반이 탄탄해 걱정없다』며 『덩치가 큰 공장은 인원감축이 잦아 오히려 불안하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