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직된 사회분위기 실망 속편 만들지 않겠다” 8일 공연윤리위원회(위원장 김동호)의 심의를 앞두고 있는 영화 「태백산맥」의 림권택감독(58·사진)이 경직된 사회분위기에 실망, 당초 속편으로 제작할 예정이던 「태백산맥」 2편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임감독은 7일 『그간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에 시달려 온데다 1편에서 하고싶은 얘기는 다 했다고 판단, 2편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임감독은 『영화를 촬영하는 10개월동안 촬영지마다 지방 관계기관의 요원이 찾아와 꼬치꼬치 촬영내용등을 묻곤 해 정신적으로 피곤했으며 관의 통제 못지않게 각종 압력집단들로부터 보이지 않는 압력에 시달렸다』며 『이런 상황에서 「태백산맥」 2편을 만드는 일이 무의미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금년초에도 임감독은 자신의 가족사(부친이 빨치산이었으나 전향했다)를 들어 「태백산맥」의 제작을 중단하라는 우익단체의 압력에 시달린 바 있다. 임감독은 일부인사들이 「빨갱이의 아들은 빨갱이」라는 고정관념에 젖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자신이 빨치산의 아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빨치산에 대해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체제의 대결은 이미 끝난 얘기 아니냐』고 말한 임감독은 『나는 이미 소련과 중국 루마니아 몽골등 사회주의가 실패한 나라를 눈으로 확인하고 온 사람』이라며 『「태백산맥」 파문은 우리 사회가 아직도 공허한 이념대결로 국력을 낭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영화의 제작사인 태흥영화사도 여러 경로를 통해 제작에 압력을 가하려는 단체들로부터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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