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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대사의 망신/이재무 도쿄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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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대사의 망신/이재무 도쿄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4.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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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총리관저 출입기자들사이엔 최근 한국의 국회의원이 공로명주일한국대사에게 호통을 친 사건이 큰 화제가 되고있다. 관저를 출입하고 있는 한 일본기자는 『공대사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국회의원에게 혼이 났다』면서 『거물대사가 꼼짝 못하는 것을 보니 한국의 국회의원은 힘이 있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한일의원연맹 합동총회차 일본을 방문한 국회의원 47명이 나리타(성전)공항에서 총리관저로 직행, 무라야마(촌산부시)총리의 접견을 대기하던중 한 의원이 공대사에게 『국회의원이 50명가까이 오는데도 대사가 공항에 영접도 나오지 않느냐』며 한동안 몰아세웠다. 이에 대해 공대사는 『생각이 모자랐다』고 사죄하며 사태를 간신히 수습했는데 불행하게도 현장에 있었던 일본의 총리관저출입기자들에게 이 광경이 목격됐다.

 외무부는 새정부가 들어선후 해외공관의 손님영접에 관한 내부규정을 마련, 주일대사관측에서도 대법원장 국회의장 국무총리등 3부요인이 방문할 때만 대사가 공항까지 영접을 한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특히 일본의 경우는 장관이나 국회의원등 「높은 분」들이 하루도 거르지 않는 날이 없을만큼 손님이 많은 지역. 게다가 나리타공항에서 도쿄까지 자동차로 2∼3시간정도 걸리기 때문에 대사가 공항영접을 했다가는 공관업무는 거의 손을 놓아야하는 실정이다. 국회의원들이 일본에 온 그날 공교롭게도 공대사는 지방을 다녀와야 할 일이 있어 대신 정무담당공사를 공항에 나가도록 했다.

 공대사는 일본에서 평소 비중있는 인물로 대접받고 있다는 평을 듣고있다. 일본의 정치인이나 관료들은 물론 재계 언론계인사들과 어느때라도 접촉할 수 있을만큼 대접을 받고있다. 공대사가 어떤 대접을 받든 대사는 주재국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얼굴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사가 국회의원들로부터 호통을 들을만큼의 「아랫사람」으로 취급당하고 있다는 것을 목격한 일본기자들이 앞으로 공대사를 보는 눈길이 달라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국의 정치인들은 밖에 나가 행동할 때 개인감정에 앞서 국익을 생각해야 한다. 정신을 차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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