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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등급 심의제/이형기(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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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등급 심의제/이형기(메아리)

입력
1994.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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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엠마뉴엘」이 20년만에 해금돼 서울에서 인기리에 상영되고 있다. 「엠마뉴엘」이라면 네덜란드 출신 여배우 실비아 크리스텔을 세계적인 배우로 키워낸 에로티시즘영화의 대명사다. 수입사측의 조사에 의하면 낮에는 30∼40대의 주부들이 삼삼오오 줄을 서고 밤에는 20대의 연인들이 짝을 지어 관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엠마뉴엘」이 때늦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에 맞춰 80년대후반 대두됐던 성인영화전용관 설치론이 영화계 일각에서 다시 조용히 일고 있다. 우리 사회가 성숙해졌고 관객들의 수준도 높아졌으니 성인영화전용관의 설치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성인영화전용관이 있었다면 「엠마뉴엘」같은 영화가 20년씩이나 창고에서 낮잠을 잤겠느냐는 것이다.

 성인영화전용관 설치론자들은 우선 외설성이 짙은 성애영화는 일반극장이 아닌 제한된 장소에서만 상영, 미성년자를 보호하는 것이 사회를 건강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공연윤리위원회의 가위질로부터 작품을 보호하는 길이 된다는 것이다. 예술이냐, 외설이냐 하는 떠들썩한 선전문구에 끌려 극장엘 가보면 줄거리조차 연결되지않는 영화가 적지않다는게 관객들의 불평이다. 노골적인 성애장면은 삭제하거나 화면을 뿌옇게 지워놓은 것이 우리의 영화심의현실이다. 심의가 수준높은 영상에로티시즘을 망쳐 놓는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성인영화전용관 설치에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심의에서 필름을 잘라내지않고 등급을 매기는 등급심의제가 정착되고, 이 등급에 따라 관람구분이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현행 심의제도는 연소자입장가·중학생이상가·고교생이상가·연소자불가의 네등급으로 구분돼 있다. 문제는 이 관람구분이 잘 지켜지지 않는데 있다. 최근 청소년들의 신체발달이 좋아지면서 고교생은 연소자불가영화를 슬쩍 들어가서 본다. 중학생은 고교생영화를 보고, 국민학생은 중학생영화를 본다. 문제는 또 있다. 수입사들이 고교생들에게 부적합한 영화의 몇장면을 잘라내 고교생이 관람가능한 영화로 심의를 받는다. 결국 중학생이 성인영화를 보게되는 셈이다.

 이제 우리의 영화심의도 교복으로 구분할 때가 지났다. 영화의 내용에 따라 모두가 관람할 수 있는 영화부터 17세 미만은 절대로 볼 수 없는 영화, 일반극장에서는 상영할 수 없는 X등급영화등으로 심의를 세분화해야 한다. 우리의 정서에 맞는 등급심의제를 도입하고 등급외의 영화는 성인영화전용관으로 보낸다면 공연질서가 잡히고 영화도 살아날 것이다.<문화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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