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토론 정공법 “후유증 최소화”/내무부 성토불구 골격 못바꿀듯 민자당이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내무부가 2차 행정구역개편의 짐을 당에 떠넘겼기 때문이다.
최형우내무장관은 6일 예정된 일본방문에 나서며 『우리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3∼4개의 안을 전달했으니 당이 알아서 할 것』이라며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반면 지역이해와 명분에 따라 찬반이 혼재된 당내사정을 정리하지 못한 채 정부가 뭔가를 해 주길 바랐던 민자당은 이제 분명히 입장을 밝혀야만 하게됐다.
내무부는 『당이 정부안을 토대로 의견을 모아 당정안을 마련해 주면 행정조직을 통해 본격적인 공론화작업에 착수하겠다』며 뒤늦게 절차를 강조하고 있으나 사안의 성격상 당안을 마련한다는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6일부터 당직자들의 입이 돌연 무거워진 것은 이같은 고심을 반영하고 있다.
한마디로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은 아니나 막상 공이 넘어오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며 『자칫 잘못 접근했다가는 어떤 결론을 얻기는 커녕 당내 분란만 확산시킬지도 모른다』라는 걱정이다.
김종필대표가 문제를 풀어가는 첫 수순으로 「정부안의 당무회의 보고및 토의」를 선택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김대표가 정공법을 택한 것을 다소 의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적지 않으며 최내무등에 대한 불편한 마음의 표현이라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정책결정과정에서의 정부측 독주와 잇단 실책에 대한 당내비판이 크게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대표적 표적이 될 이번 안건을 공식토론에 부칠 때의 「위험」을 김대표가 감정적으로만 처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바꿔 말해 개별설득등의 우회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처리해 갈등의 불씨를 계속 남기느니보다 아예 불만들을 모두 쏟아놓게 하고 이를 집단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당무회의에서 내무부의 행정편의주의적이고 졸속한 결정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없다면 그것이 되레 이상한 일』이라며 『그러나 결론은 결국 「주민의사와 국가적 필요성등을 조화시켜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정도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민자당은 일단 당무회의를 거친 후 개편대상 시도별로 여론을 수렴, 당론을 결정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시도별 여론은 이미 지역이해에 따라 찬반으로 확연히 갈려 있는 상태여서 새삼스러운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때문에 공론화에 부칠 당정안의 내용은 내무부안의 골격을 벗어나기 힘들다는게 대체적 의견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해당시도 의회등 이해당사자의 민원성 시위가 계속될 것이고 지역국회의원들간의 힘겨루기도 한층 거세지겠지만 당정안의 뼈대가 크게 변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게 중론이다. 예를 들면 상도동가신그룹의 일원인 김봉조경남지부장은 6일에도 울산의 직할시승격을 강력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그 실효성이 반신반의되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민자당은 당내의 여러 복잡한 사정을 감안해 정부가 「묘책」을 강구해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원치 않는 공을 넘겨받아 운신의 폭이 줄어든 가운데 고심할 수밖에 없게 됐다.【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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