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대응전술개발 도움/국방부 “우리체계와 달라 전력화 어렵다” 시큰둥 우리나라가 러시아에 빌려준 경제협력차관의 상당부분이 방산물자로 돌아오게 됐다.
지난달 29일부터 4일까지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차 한·러 고위실무회담에서 결정된 방산물자 상환액수는 1억8천만달러. 지난해말 기준으로 연체된 차관 원리금 3억8천8백만달러와 그 이후 발생이자의 45%에 이른다.
이달말 러시아 실무자가 방한해 구체적인 방산품목과 수량이 결정될 예정이지만 협상테이블에 오른 리스트에는 전차·장갑차·대공화기등 상당수 최신예무기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북한에서도 전력화되지 않은 무기이며 러시아가 최초로 해외에 제공하는 종류도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그러나 방산물자를 소화해야 할 국방부는 끝내 마뜩찮은 표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력구성상 러시아 무기를 전력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기체계 자체만 놓고 보면 군사대국의 생산품답게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 국방부의 평가. 적의 전술을 연구·개발하고 유사시 전방투입을 위한 예비전력을 갖는 차원에서 국방부도 러시아 무기의 효용성을 인정하고는 있다.
하지만 우리 돈으로 사야할 필수무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러시아 무기는 우리의 무기체계와 호환성이 없다. 완전히 체계가 다른 무기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병력·장비·교리를 뒷받침해야 하므로 우수무기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 국방부의 고민이다.
1억8천만달러를 들여 현재 무기체계와 교리에 알맞는 다른 나라 무기를 도입한다면 한층 전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여기에 대한무기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미국의 압력등도 무시할 수는 없다. 미국 무기체계 중심으로 이뤄진 상황에서 합동전력 운용에 장애가 되는 러시아 무기를 전력배치한다면 한·미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상환 방산물자 액수만큼이 국방예산에 포함돼 실질예산이 줄어들지도 모르는등 국방부의 걱정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국방부가 러시아 방산물자 도입을 줄곧 반대해온 배경에는 이같은 현실적 어려움이 깔려 있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에 도입되는 러시아무기는 전력화보다는 대응전술 개발용으로 가치가 있다』며『구체적인 도입무기 종류에 대해서는 앞으로 양측이 더 협의를 해 10월중 러시아와 공급계약및 정산협정을 체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실 러시아는 방산물자 제공을 통한 차관상환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방위산업이 발달된 러시아로서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을 것이다. 이번 협상과정에서 러시아는 잠수함·전투기등 고도의 첨단장비를 얼마든지 판매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지금까지 거의 서방세계에 노출되지 않았던 최고수준의 러시아 무기를 다량 보유하게 됐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그동안 비공식 채널을 통해 아주 적은 숫자의 러시아 무기가 들어오기는 했으나 이번 만큼 다양한 최신첨단 장비를 보유하게 된 것은 처음이다. 국방부는 러시아무기가 북한 무기의 기본 골격을 이루는 만큼 이를 통해 북한 무기에 관한 정보를 획득하고 대응전술 개발과 훈련을 하는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손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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