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동품을 수집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은 진짜냐 가짜냐에 대한 의문이다. 얼마 전 일본에서 12억원에 구입해 들여온 신윤복의 그림이 진짜냐 가짜냐를 놓고 한참 세상이 시끄러웠던 일이 있는데, 수억원을 호가하는 것에서부터 불과 수십만원하는 물건에 이르기까지 이 고민은 항상 뒤따르게 마련이다. 골동품은 위조를 하는 경우가 있다. 있는 정도가 아니라 꽤 많은 편에 속한다. 전체를 몽땅 위조하기도 하고 부분적으로 손을 대기도 한다. 위조하는 것은 물론 돈을 많이 받고 빨리 팔려는 욕심에서이지만 그것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골동품을 위조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도전심리라 할까 영웅심리같은 것이 있다. 가령 『새로 만든 청자를 약품처리하여 땅속에 3∼4년 묻었다가 권위있는 전문가에게 가져갔더니 고려청자로 감쪽같이 속더라』며 통쾌하게 수군대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골동품을 구입할 때는 누구나 면밀히 살펴본다. 경험과 지식을 총동원하여 두드려보고 손톱으로 긁어보고 심지어 핥아보기까지 한다. 대개는 이 과정에서 큰 결점들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1백% 모두 드러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상하게도 진위의 약 10%는 돈을 지불하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드러나는 것이 골동품의 미묘한 생리이다.
그런데 더욱 미묘한 것은 그 10%의 진위는 골동품 스스로가 고백한다는 점이다. 골동품을 사다 가까이 놓고 2∼3일 지낸다. 오고 가며, 또는 자다가 문득 물끄러미 바라보면 그때 예기치 않게 골동품의 고백이 들린다. 자기는 어디가 어떻게 가짜이고 어떤 방법으로 변조되었노라고. 그러면 골동품 주인은 원망스럽게 혼자 중얼 거린다. 그런 것 알려주려거든 돈을 지불하기 전에 좀 해주지. 그러면 골동품이 또 대답한다. 그 때도 했지만 당신 마음이 물건에 잔뜩 현혹된데다 욕심으로 가득차서 듣지 못한 것뿐이오.
수집가에게도 오랜 연륜으로 쌓아올린 소위 「경지」라는 것이 있다. 골동품이 하는 소리를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듣게 되는 것이 바로 그 경지이다.<인병선짚·풀생활사박물관장>인병선짚·풀생활사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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