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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1위 뺏긴 일 자동차업계/차종 통폐합에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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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1위 뺏긴 일 자동차업계/차종 통폐합에 “승부수”

입력
1994.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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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품목 판매론 경쟁한계… 생산중지 잇달아/새모델 개발보다 대표작 특화·통합등 모색 오랜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일본 자동차업계에 차종 통폐합의 바람이 불고있다. 지난해 자동차 생산 1위국의 명예를 14년만에 미국에 빼앗기고 물밀듯이 쳐들어오는 외국산차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 자동차업계가 살아남기 위한 비상감량에 들어간 것이다.

 일본최대의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풍전)는 3일 운전석뒤에 엔진을 달아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스포츠카 「MR2」를 더이상 생산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차종을 없애지 않기로 유명한 도요타사가 차종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MR2는 84년 6월 처음 발매되자마자 개성있는 디자인으로 젊은이들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며 그해 「올해의 차」로 선정된 바 있다. 89년에는 차체를 전면개량, 90년 3월 한달동안 2천3백72대가 팔린 기록을 갖고 있다. 그러나 거품경기가 꺼지면서 소비자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2명밖에 탈 수 없는 차체구조와 협소한 짐칸, 2백50만엔을 넘는 비싼 가격이 인기하락의 원인이었다. 지난해 판매대수는 월 6백대정도로 전성기에 비해 4분의 1이하로 떨어졌다. 새 모델로 바꿔봐야 더이상 팔리지 않는다고 경영진이 판단한 것이다.

 판매부진에 따른 차종 통폐합은 도요타뿐 아니라 다른 업체에서도 잇따르고 있다. 혼다(본전)자동차의 소형승용차 「시티」(배기량 1천3백㏄)는 지난 3월말 생산이 중단됐다. 81년에 등장한 이 승용차는 첫해만 11만대가 팔린 히트작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만2천대로 초기의 10분의 1 수준으로 판매대수가 격감, 생산이 중단됐다. 후지(부사)중공업도 지난 3월 1천2백㏄규모의 소형승용차 「저스티」의 내수용 생산을 중단했다.판매가 호조를 보이고있는 왜건 「레가시」등 1천2백㏄의 경자동차를 특화시켜 승부를 걸기 위한 것이다. 이스쓰자동차도 이미 지난해 판매부진을 이유로 「제미니」(1천5백㏄)승용차의 생산을 중단하고 트럭과 디젤엔진으로 살아남겠다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마쓰다(송전)자동차는 경영재건을 위해 차종을 현재의 3분의 1로 줄이기로 하고 2천㏄급 고급승용차 「크레이브」와 「MS6」생산을 중단시킬 정도로 과감한 차종 통폐합 계획을 추진중이다. 이에 뒤질세라 닛산(일산)자동차도 대표차종인 「블루 버드」와 고급승용차 「맥시머」(2천㏄)를 「세피로」로 통합키로 하고 지난달부터 이들 차종의 국내판매를 중지했다.

 거품경기의 전성기였던 80년대 후반부터 치열한 판매경쟁을 벌였던 일본자동차 메이커들은 「소량 다품종」의 시대 분위기에 따라 그동안 차종을 급속히 늘려왔다. 이에 따라 85년에 1백20여종에 달했던 차종은 지난해에 2백20종이상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는 1백억엔 이상이 드는 모델교체 비용과 3∼5년이 걸리는 개발기간 때문에 경영에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불경기로 내수시장이 급격히 줄어드는 바람에 기존의 백화점식 다품목 차종으로는 채산을 맞출 수 없게 된 것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팔리지 않는 차를 만드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잘 팔리지 않는 차는 앞으로 가차없이 도태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일본자동차업계를 휩쓸고 있는 차종 통폐합의 바람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것같다.【도쿄=이창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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