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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병오교수가 보낸 쇠찌르레기/북,김일성신통력 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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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병오교수가 보낸 쇠찌르레기/북,김일성신통력 선전

입력
1994.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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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북연구소장이 원교수부친/“수령 손길거쳐 아들소식 전했다” 『어느해 여름 어버이수령님께서는 발목에 무슨 표쪽지를 매단 쇠찌르레기 한마리가 나무에 앉아 지저귀는 것을 보셨다. 그이께서는 이 새를 한 조류학자에게 주어 연구해 보도록 하셨다. 조류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그 새는 남조선의 조류학자가 날려보낸 새였는데 새를 날려보낸 사람은 바로 자기 아들이었다. 한마리의 새가 어버이수령님의 손길을 거쳐 아들의 소식을 아버지에게 전해주었던 것이다』

 지난 3일 북한 평양방송의 보도내용이다. 생전의 김일성이 오래전부터 남북 자유왕래와 서신교류를 제의했었다는 주장에다 덧붙인 사연이다.

 그런데 여기서 김일성을 빼면 소설같은 이 내용은 사실이다.

 65년 평양과학원 생물학연구소는 발목에 연구용 표지가 달린 북방쇠찌르레기 한마리를 생포했다. 표지로 보아 이 새는 한국 조류학자 경희대 원병오교수(65)가 그 전해에 경기 광릉에서 날려보낸 것임이 확인됐다. 당시 평양과학원 생물학 연구소장은 바로 원교수의 부친인 원홍구박사(70년 작고)였다.

 이듬해 여름 노동신문에 처음 소개된 이 기막힌 우연은 일본신문들을 비롯한 주요 외지에도 보도돼 널리 알려졌다.

 당시는 사실 자체만 보도됐으나 북한은 김일성사후 이를 윤색해 「김일성의 신통력」을 증거하는 사실중의 하나로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이를 소재로 한 몇편의 영화도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교수는 이에 대해 『전체적인 내용은 사실이나 김일성관련 부분은 누가 들어도 웃을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원교수는 오는 9일 33년간 몸담았던 교수직을 정년퇴임하고 명예교수로 남아 후학을 지도할 예정이다. 그는 북한의 생태계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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