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성시대 “남들 쓰는것 싫다”/가전·음료·자동차까지… 디자인·색상 등 천태만상 「다품종 소량생산도 안된다. 극소량 생산만이 살길이다」 요즘 기업들은 괴롭다. 「남들이 사용하니까 나는 싫다」는 식의 소비행태가 점차 확산되고 있어 비슷비슷한 제품을 만들어내서는 더 이상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게 됐다. 기업들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또 하루아침에 변해버리기 일쑤인 소비자의 기호와 취향을 파악해 이에 맞는 독특하고 개성있는 제품을 만들어내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몇가지 품목만 대량으로 만들어 내놓더라도 날개돋친듯이 팔려나갔던 「소품종 대량생산 대량판매」시절은 이젠 옛이야기가 되었다. 이제는 다품종 소량생산방식, 그것도 극소량생산방식을 통해 소비자의 다양한 구매욕구를 충족시켜주지 않으면 안되게 된 것이다. 「희소상품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사정은 의류 신발 화장품업계등 유행에 민감한 일부 업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가전업계와 음료업계를 비롯, 주류 백화점 은행 자동차업계와 건설업계에 이르기까지 전체 기업의 생산활동과 유통방식 서비스에 있어 커다란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치약 하나만 놓고 봐도 이런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럭키치약」 하나로 치약시장을 휩쓸다시피 했던 (주)럭키는 지금 15가지나 되는 다양한 치약들을 내놓고 있다. 전체 시장으로 보면 치약종류만 50여가지가 넘는다.
한 품목 한 모델에 지나지 않았던 스포츠음료도 유아용 스포츠음료가 등장하는가 하면 레몬과 포도맛등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기 위한 갖가지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쌍용자동차가 내놓은 「트랜스타」라는 대형버스는 버스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기에 충분했다. 물고기들이 놀고 있는 바다밑 풍경을 버스 옆면 전체에 시원스럽게 그려놓는가 하면 파도모습을 버스 전체에 형상화시키거나 백미러를 토끼귀처럼 길게 늘어뜨린 기이한 디자인의 버스도 선을 보였다.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외부색상과 차체디자인을 제작하는 주문생산방식에 따라 만들어진 차들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2달동안 팔려나간 차는 모두 1백여대. 소비자요구에 따라 차를 따로 만들다보니 같은 모습을 한 차를 찾아보기 힘들다.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버스인 셈이다.
다품종 극소량판매방식은 새로운 유통혁명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편의점과 대중양판점 하이퍼마켓 창고형 할인매장등 최근 위력을 더해가고 있는 신유통업태들은 모두 다품종 극소량판매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서는 소비자마음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전업계와 의류업계등이 활용하는 대표적인 제도가 「안테나숍」. 마치 안테나처럼 온갖 떠도는 정보를 포착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시내 유명백화점이나 명동·압구정동등에 설치한 직영점·전문점등이 안테나숍에 해당한다. 업체들은 이 안테나숍을 통해 소비자들의 개성과 취향을 수시로 체크, 제품개발과 생산물량조절에 반영하고 있다.
다양한 개성과 다원화된 가치가 보다 존중되는 정보화사회로의 진전과 맞물려 다품종 극소량생산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고객만족」을 위한 다품종경쟁도 더욱 더 치열해져 기업의 부담은 늘어나겠지만 소비자들은 그만큼 상품선택의 폭이 한껏 넓어지는 혜택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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