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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경제의 해프닝/이성철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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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경제의 해프닝/이성철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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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이 다가오면 경제관리들은 불안해진다. 1년간의 경제성적을 검증받아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연초에 구체적 수치까지 들어 경제달성목표를 자신있게 제시했으니 만약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여론의 호된 질타속에 능력을 평가절하당하고 결국 자리마저 위태로워질 게 뻔하다. 그래서 「심판의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정부에선 해프닝에 가까운 무리수가 남발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억제목표선(6%)에 진입한 후 정부는 곧 「가격끌어내리기 5개월작전」에 돌입했다. 방법은 「전가의 보도」인 행정력 동원―. 업계대표들을 모아 가격동결 및 인하에 「자발적 협조」를 당부했고 눈치빠른 기업들은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는 명분(이윤의 고객환원)으로 제품값을 내렸다. 가격인하요인의 여부와 폭은 나중 문제였다.

 통상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일무역적자가 사상처음 1백억달러를 돌파하리라는 전망이 나오자 「대일적자 1백억달러저지」에 비상이 걸렸다. 대일경제의존도의 심각성은 차치하더라도 국민정서를 생각해서 대일적자를 제발 두자릿수로 유지해 달라고 종합상사들에 요구하고 있다. 이쯤되면 업계로선 싫든 좋든 「밀어내기 수출」밖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돈의 방출규모에 관계없이 총통화증가율을 14%수준으로 가져가면 「안정」이고 17%쪽으로 운용하면 「신축」임을 주장하는 통화당국도 발상은 똑같다.

 하지만 안타까운 정부의 노력으로 경제목표수치를 달성했다 해도 관리들의 안도외에 실제로 달라지는건 없다. 억지로 내린 물가는 행정력만 느슨해지면 곧바로 튀어 오를 것이고 밀어내기 수출로 저지한 1백억달러 적자의 밑바닥엔 가격덤핑과 타지역물량축소의 희생이 깔리게 된다. 행정력으로 잡은 6%물가는 가격구조를 그만큼 더 뒤죽박죽으로 만든다. 대일적자를 90억달러쯤에서 사수했다 한들 악성적인 대일의존도가 개선되는 것은 더욱 아니다.

 수치(지표)는 경제활동의 자연스런 결과다. 잠시 가리거나 억지로 뜯어 맞출 수는 없다. 평소 체중조절에 소홀하다 경기에 임박해서 억지땀빼기로 링에 오른 권투선수치고 챔피언에 오른 사람은 없다. 오히려 두고두고 후유증만 남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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