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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 잃지않는 균형잡힌 논조/김성곤 서울대교수·영문학(나의지면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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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 잃지않는 균형잡힌 논조/김성곤 서울대교수·영문학(나의지면평)

입력
1994.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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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파관련 「장명수칼럼」 시각돋봬/불 정명훈사건도 냉철한 보도 기대 지난주 언론의 가장 큰 관심사 중의 하나는 아마도 박홍서강대총장의 「주사파 발언」과 정명훈 상임지휘자의 「바스티유 법정투쟁」이었을 것이다. 과연 한국일보를 비롯한 국내언론들은 그 두사건을 연일 대서특필했고 국민들의 관심 또한 온통 그 두가지 사건에 집중됐다.

 특히 박총장의 여의도회견은 최근 그의 발언이 불러온 사회적·정치적 파장을 생각할 때, 여러가지 의미에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한국일보는 박총장이 공개한 전주사파학생의 편지 전문을 회견 기사와 더불어 수록함으로써,현재 각계각층에 은신한 채 활동하고 있는 주사파들의 현황과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보다 더 생생하게 제시해주었다. 사실 21세기를 불과 몇년 앞 둔 이 대명천지에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주체사상의 신봉자들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아연하게 만든다.

 그러나 독자들중에는 나라를 온통 뒤흔들었던, 그래서 대문짝만하게 실린 「주사파파동」 관련기사들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가 너무 흥분해있는 것은 아닌지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과연 우리는 국내에 주사파가 있다는 사실을 그동안 전혀 모르고 있었던가. 그리고 우리의 안보의식이 극소수의 주사파에 의해 흔들릴만큼 그렇게 연약하고 미숙했던가.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이번 주사파 파동은 어쩐지 새삼스럽다는 느낌을 준다.

 또 박총장의 대단한 용기를 보며 대학총장들이 3, 5공시절에도 독재정권에 대해 그렇게 소신있는 발언을 해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만시지탄의 느낌도 갖게된다. 한국일보는 별도의 장명수칼럼을 통해 그런 문제들에 대한 균형있는 시각을 제공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정명훈씨의 바스티유 사건도 어떤점에서는 쉽게 흥분하는 우리의 기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단순하게도 프랑스를 고결한 「예술의 나라」로 과대평가해오다 크게 실망한 것은 아닌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번쯤 반성해보아야 한다. 애초에 그런 순진하고도 어리석은 기대가 없었더라면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TGV계약을 후회하거나 프랑스를 원망하는 유치한 짓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는 냉정해야지만 살아 남는다.

 어쩌면 개인적인 일일 수도 있는 이번 사건에 전 국민과 국가가 흥분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이번 사건은 잘 알려진대로 정명훈씨의 예술적 역량 문제 때문이 아니라 프랑스의 정치적 기류변동 때문에 일어났다. 언론은 바로 그러한 면에 대한 심층보도를 해주어야만 할 것이다.

 27일자 한국일보에 보도된 「외교안보팀 수술 목소리」에 대한 기획기사는 적절했고 문제의 핵심을 잘 지적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그러나 「수술」이라는 말 보다는 「화해」나 「화합」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그리고 또 실제로도 그렇게 하는 것이 보다 더 바람직한 태도라고 느껴졌다. 가장 읽을거리가 많았던 26일자 신문에 실린 한국일보 40돌 기념 대기획중 하나인 「유럽리포트―경제전쟁」은 유럽을 보다 더 잘 알 수 있는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해주는데 성공하고 있었다. 그리고 거의 매일 실리는 영화 비디오 관련 기사들은 영상시대의 영상세대들에게 즐거움과 유익함을 동시에 제공해주고 있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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