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전이 막강한 위력을 과시하고 있을 70년대초 「새로운 민전시대를 연다」는 기치를 내걸고 한국일보사가 「한국미술대상전」을 개최한 바 있다. 평면·입체 두 부문으로 나뉘어 규격이나 재료에 제한이 없었던 「한국미술대상전」은 국전과 동일한 장소인 경복궁에서 열렸는데 얼마전 작고한 우리나라 최초의 전위예술가였던 정찬승씨는 산소통을 전시장에 직접 가지고 와 풍선을 부풀린 다음 그 위에 접착제를 발라 그 높은 경복궁 천장에 수없이 띄웠고, 김구림씨는 경복궁 전체를 천으로 감으려는 의욕적인 시도를 하려 했으나 주최측의 만류로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한국일보사측에서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기상천외의 작품들을 관리하는데 무던히도 애를 먹었으나 그동안 억눌려 왔던 자유분방한 미술학도들의 표현의욕이 한껏 펼쳐졌던 역사적 장이었다. 뿐만 아니라 멀리 뉴욕에서 칩거중이던 수화 김환기선생의 그 유명한 추상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작품이 대상수상작품으로 선정되어 오늘날 수화선생이 알려지게 된 계기를 마련해준 최초의 민전다운 신선한 공모전이었다.
공모전의 참된 의의는 이렇듯 신인들의 왕성한 발표무대이어야 하고 능력있는 숨은 작가를 찾아내어 세상에 알리는데 있다. 당시의 이 충격은 국전이라는 관전에 대항하여 비로소 재야공모전이 생김으로써 미술계에 활력을 넣어주고 이바지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기대가 컸었지만 그 후 지속되지 못하여 아쉬움이 크다.
요즈음엔 미술을 전공한 신인들이 많아져서인지 상업성과 결탁된 공모전까지 난립하고 있다. 나의 견해로는 종합공모전은 미술대전으로 족하고 이젠 각 장르별로 특성있는 공모전이 개최되어 각기 독자성을 확보하고 신진들이 그 통로를 거치면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 결코 공모전이란 백해무익한 행사가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개성있는 공모전다운 공모전이 열릴 시의적절한 때이다.<고정수 조각가>고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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