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분할 소모전끝 공론화 급선회/청와대/“논의방향에 문제… 여론수렴 부터”/민자당/“명분·이해따라 입장 여전히 제각각/내무부/“효율적 국토관리차원서 소신 추진”/민주당/“국토균형발전 해친다” 개편안 반대 당정갈등과 여권실세들간의 파워게임, 「지역맹주」들간의 이해대립과 여야의 정치계산등이 복잡하게 뒤얽혀 온갖 잡음을 내던 행정구역개편문제가 조정국면을 맞고 있다. 그러나 국가의 장기발전및 행정의 효율성등을 앞세운 개편당위론과 정치적 후유증및 국토균형개발등을 내세우는 반대현실론의 충돌은 여전하다.
청와대는 내무부의 행정구역개편안은 정부가 관철을 목표로 확정한 방안이 아니라 공론화에 부치기 위해 내놓은 시안이라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공론화 과정이 처음부터 여권중진실세간 또는 당정간 갈등양상으로 비쳐지고 지역간 이기주의싸움으로 비화되는 양상을 보이자 곤혹스러워하며 진화에 부심하고 있다.
한 고위관계자는 김영삼대통령의 의중에 대해 『구체적인 의사표시나 지시는 아직 없었으나 현재 진행되는 논의방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행정구역개편의 기본원칙과 기준등 본질문제에 대한 논의는 뒷전인 채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려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민자당의 직할시와 도의 통합방안만 해도 그렇다. 청와대는 직할시와 도의 통합방침을 정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가능성을 낮게 보는 분위기다. 다만 모든 방안을 공론화에 부쳐 여론수렴과정을 거치자는 것이고 내무부안은 시안인 만큼 당정협의를 거쳐 정부안을 우선 정해야 한다는게 청와대가 세운 「교통정리 방안」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전문가집단이 안을 만들어 국민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해 정부안이 확정되면 지역이기주의에 밀리지 않고 정부의 강력한 설득작업도 병행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민자당
민자당은 내무부안을 하나의 시안으로 이해하며 『향후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쳐 신중히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신중한 결론」의 방향과 내용에 대해선 저마다 해석이 조금씩 다르다.
먼저 민자당내의 우세한 흐름은 이른바 「통합주의」. 『시대정신은 지역통합』이라는 주장을 깔고 있는 이 논리는 부산 인천 대전을 광역화하고 울산시·군을 직할시로 승격시키려는 내무부방침을 정면공박하는 무기이다. 경기도분할에 반대한 이한동의원이나 도 일부를 떼내 직할시로 편입시키는 것을 비판한 김윤환 김봉조의원뿐 아니라 『대구 광주 대전의 도편입』을 주문한 문정수사무총장과 이세기정책위의장도 대체로 이 입장위에 서있다. 따라서 이들은 울산시의 승격에도 부정적 견해를 표시하고 있다.
반면 『통합과 분할을 도식적으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대도시행정의 효율성측면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미 도시기능이 포화상태에 이른 부산 인천 대구등을 광역화하지 않고는 대륙과 태평양을 향한 장기발전이 한계에 부닥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백남치정조실장등은 직할시와 도의 통합을 일축하며 『정파적 또는 지역이기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해 정부안지지를 선도하고 있다.
민자당지도부는 의원들의 언행자제를 요청하며 당정회의를 통해 의견차이를 거르겠다는 입장이나 정부쪽이 조기 매듭을 서두르고 있어 출발부터 동상이몽이다.
○내무부
내무부는 자신들의 개편안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최형우내무부장관은 『2차 행정구역개편을 효율적인 국토관리, 국제경쟁력제고등 국가발전차원에서 소신대로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굳히고 있다. 최장관은 행정구역개편에 대한 저항과 난기류에 대해 『당과 지역에 따라 이해가 갈리고 시류와 위치에 편승해 말과 행동 공약이 변한다면 국가의 큰사업을 어떻게 수행하겠느냐』고 말하고 있다. 그는 또 『반발과 욕먹을 것이 뻔한데도 내가 왜 개편을 추진하겠느냐』고 반문해 자신의 행정구역개편 의지를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최장관은 『제2차 행정개편은 지금부터』라며 『앞으로는 당과 의원들을 설득하고 공격적으로 협의를 전개하겠다』고 말하는등 내무부 개편안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최장관은 반드시 주민의견을 수렴하겠다면서 그 방법과 수순에 대해서는 지켜봐 달라고 말해 정치적 조정여하에 따라 융통성을 보일 수 있음을 시사 하기도 했다.
○민주당
민주당은 중구난방으로 터져나오는 여권의 행정구역개편안에 당혹해 하면서 원칙없는 행정구역개편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있다.
민주당은 특히 직할시 승격이나 구역조정에 대해서는 직할시신설억제라는 기존 정부방침과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차원에서 적극 반대하고있다. 만약 울산시를 직할시로 승격할 경우 전주나 안양·군포·의왕지역의 직할시 승격요구도 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구 광주 대전등 기존 3개 직할시를 도에 편입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는 당 일각에서 적극적인 찬성의견도 나오고있다.
박상천의원등은 2차대전 이후 세계의 지방행정 광역화 추세, 지방자치단체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반구축, 효율적인 사회간접자본투자등의 이유를 들어 직할시의 도 편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한다는 의견이다.
물론 이에 대해 현재 직할시가 정착되어 있고 직할시 주민들의 반발등을 감안할 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민주당은 행정구역조정은 국가백년대계의 일환이라는 점을들어 내년 지자제단체장 선거 이후에는 조정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졸속 처리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있다.【송대수·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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