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편지 등 샅샅이 추적 “소문이 사실”/「반유대주의」 역설 논문발표 상도 받아 프랑수아 미테랑프랑스대통령이 2차대전 중 나치에 적극 협력했음을 밝히는 책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추적보도 전문기자인 피에르 팽이 쓴 『젊은 프랑스인』(UN JEUNESSE FRACAISE)이란 이 두툼한 전기는 미테랑대통령과 나치의 관계에 대해 그동안 세상에 떠돌던 어두운 소문들이 모두 사실임을 확인하고 있다.
팽기자는 지금까지 나온 미테랑 전기들이 건너뛰고 있는 그의 2차대전중 행적을 집중 추적했다. 그는 이를 위해 고문서 보관소를 뒤지고 사라진 사진과 편지, 옛 기록들을 찾아내 퍼즐맞추기 식으로 가까스로 숨겨진 진실을 복구했다.
이 책에 의하면 당시 청년 미테랑은 나치가 프랑스에 세운 괴뢰정권인 비시정부의 열렬한 추종자로 상까지 받았고 반유대인·반레지스탕스 테러로 악명높은 극우단체의 단원이었다.
그는 40∼41년 제정된 반유대인법의 기반이 됐던 민족주의 혁명의 가능성을 굳게 믿었으며 이보다 앞선 35년 파리에서 열린 반외국인 집회에도 참가했다.
40년 프랑스가 독일에 패한 뒤 미테랑은 「전사연대」라는 단체에 가입했는데 이 단체는 훗날 유대인들과 레지스탕스 단원들을 공포에 떨게한 무자비한 무장세력으로 변모했다.
그는 또 프랑스를 괴멸시키려 했던 초법적 극우단체인 「라 카굴」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이 단체 지도자들과 우정을 맺었다.
그는 비시정부 기관지에 반유대주의를 역설하는 논문을 발표한 공로로 26세때 비시정부가 수여하는 최고의 상인 「프란시스크」상도 받았다.
이 책은 미테랑대통령이 42년 10월 나치 괴뢰정부의 지도자인 필립 페탱과 함께 찍은 사진을 표지에 게재, 청년 미테랑의 나치 협력 사실을 분명하게 폭로하고 있다.
미테랑대통령은 이 낡은 사진에 자신이 등장하고 있음을 직접 확인하고도 별로 난처해하지 않았다고 팽기자는 밝혔다.
미테랑이 레지스탕스 활동에 참가한 것은 그가 그동안 주장해온 것보다 한참 뒤인 43년으로 밝혀졌으며 레지스탕스 활동 중에도 비시정부와의 관계나 그 이념, 동료들과의 친분을 완전히 끊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미테랑이 시류의 변화를 간파, 확고한 신념없이 오로지 정치적 계산에 따라 「배」를 바꿔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평론가 필립 로셰트는 이를 두고 최근 좌익계 신문「리베라시옹」에 쓴 글에서 『미테랑은 레지스탕스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 그리로 슬며시 미끄러져 들어갔다』고 꼬집은 바 있다.
미테랑은 자신의 이같은 과거 행적에 대해 『혼란의 시기에, 특히 젊은 사람들은 어떤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 나는 이로부터 꽤 잘 벗어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팽기자는 전했다.
놀라운 정열과 섬세함이 담긴 역작이란 평가를 받은 이 책은 올여름 프랑스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된 책 「미테랑과 40인의 도적들」에 이어 미테랑의 도덕성을 의심케 만든 또 한 번의 타격이다. 장 몽탈도라는 추적작가가 쓴 「미테랑과 40인의 도적들」은 미테랑의 숨겨진 여자와 아이 이야기를 비롯해 엘리제궁의 은밀한 내막과 부정부패 등을 낱낱이 파헤쳐 가뜩이나 인기없는 대통령과 사회당을 우울하게 만들었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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