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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교의 고립(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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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교의 고립(사설)

입력
1994.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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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북한을 둘러싼 외교적 움직임이 다각도로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특히 연락 대표부 설치와 경수로지원등을 협의하기 위한 북한―미국간의 10일 전문가회의를 앞둔 여러갈래의 사전예비활동이 복잡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 한승주외무장관이 급히 워싱턴으로 달려가는가 하면 북―미간 전문가회의가 베를린에서 열리게 된것은 독일형 경수로 선택과 관련되어 있다는 일본 신문보도도 있다.

 이와 아울러 북―미고위급회담의 대표단장인 로버트 갈루치 미국무차관보가 북한이 싫어하는 한국형 대신 제3국형 경수로 이용을 타진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을 방문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미 북―미간 대표부설치 합의때 소외감을 씹어야했던 한국으로서는 평양에서 열린다는 북―미전문가 회의에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그 자리에서 북한이 미국과의 평화협정을 제의할 것이라는 보도도 있다. 베를린 회의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우리가 내세워온 남북대화나 특별사찰 그리고 한국형 경수로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 이러다가 한국의 존재나 입장이 실종되고마는 것은 아닌가. 우려되는 것은 북―미 회담뿐이 아니다.

 북-중간의 밀담도 경계를 요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판문점군사정전위원회에서 철수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해 한국과 미국을 놀라게 했다. 북한이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의 평화협정을 추진하는데 중국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나올줄은 다들 몰랐었다. 우리가 예기치 못한 뜻밖의 변화다.

 북한―일본간의 관계 역시 심상치 않다. 92년11월의 8차회담을 끝으로 중단됐던 북―일간 수교협상이 지난달말 양쪽의 비밀예비접촉을 계기로 다시 열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외무가 「북―미수교보다 북―일수교가 먼저 올 수도 있다」고 말한 적이 있지만 이것 역시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급진전될지도 모른다.

 북한을 중심으로 한 이러한 일련의 숨가쁜 국제소용돌이를 지켜보면서 문득 생각나는 것은 한국외교의 존재다. 이런 력동적인 외교현장에 직접 모습을 드러낼 수는 없다 하더라도 우리의 의사가 얼마나 반영되고 있느냐가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북한문제는 바로 우리 자신의 문제이기에 우리의 의견이 무시된 채 최종 결정이 나서는 안된다.

 그런데 지금 하루가 다르게 급속도로 달려가는 것 같은 북―미, 북―중, 북―일관계개선과정에 한국이 제외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북한을 고립에서 개방으로 전환시키는 외교게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마땅할 한국이 고립되고 있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외교진의 무능만을 탓하고 넘어가기에는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북한으로부터도 그동안 대화상대로서 도외시당하다 못해 최근에는 갖은 욕설질까지 당하고 있는 한국이다. 이제는 북한과 거래하는 우방이라는 나라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고 있다. 이는 분명 우리의 외교안보전선에 이상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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