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신민당공동대표가 또다시 사퇴서를 던지고 잠적했다. 박찬종공동대표는 물론 김대표와 야당통합협상을 해온 민주당까지 나서 그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있지만 5일째 연락이 두절되고 있다. 더욱 답답한 것은 김대표가 벌써 4번째인 이번 잠적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점이다. 그의 돌출행동을 명쾌하게 설명해줄 명분과 인과관계가 결여돼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사퇴파동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달 27일 김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경선을 주장하는 양순직최고위원에게 『득표력도 없는 사람이 무슨 경선을 하자는 것이냐』며 인신공격성 발언을 했다. 그러자 이에 발끈한 양최고위원은 「김동길대권―양순직당권」으로 요약되는 양자간 역할분담각서를 공개, 김대표의 도덕성을 문제삼았고 김대표는 이틀후 『당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물러난다. 전당대회경선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사퇴서를 박대표에게 맡기고 사라졌다. 아무리 찾아봐도 돌출행동에 걸맞는 명분이 없다. 오히려 김대표는 정치적 뒷거래의 상징인 「각서」가 공개된 이상 당원과 국민앞에 이에 대한 분명한 해명을 하는것이 도리였을 것이다. 또 이때는 자신이 협상대표로 지명한 박규식의원이 민주당과 통합협상을 한창 벌이고 있던 시기였다. 김대표는 지난 91년말 정치에 입문한 이래 이번 말고도 이미 3차례의 사퇴파동을 일으켰다. 돌연한 사퇴서제출과 함께 폭탄선언을 하고 한달이상이나 당무를 거부하는가 하면 다른 당직자들에게도 일괄사표를 요구하는등 「상식」으로는 납득이 가지않는 행동들이었다.
그럼에도 김대표는 당내의 「대안부재론」에 힘입어 매번 재신임을 받았다. 그래서 신민당에는 요즘 『자신의 위축된 당내입지를 만회하기 위해 김대표가 다시 전가의 보도를 꺼낸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매우 설득력있게 나오고 있다. 김대표의 이런 행보가 그가 정치를 시작하기전 논객의 입장에서 기존 정치권을 향해 부르짖었던 「새정치」 「책임정치」와 얼마나 부합하는지가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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