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입력
1994.09.03 00:00
0 0

장유유서라 했다. 연장자와 연소자 사이에는 지켜야할 차례가 있다는 뜻이다. 이 사회에서 이 말은 급격히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 해일처럼 밀어닥친 자동차시대가 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얼마전 일이다. 서울 을지로 롯데 백화점 앞길에서다. 교통혼잡지역이다. 한 연장자의 승용차가 깜박이도 켜지 않고 홱 들어오는 한 젊은이의 승용차와 충돌할뻔했다. 연장자가 차창을 내리고 나무랐다. 『젊은이, 신호라도 주고 들어와야지』 젊은이의 응수가 곱지 않다. 『뭐요, 그런 것 가지고 뭐 그래』 연장자가 화가 났다. 『이봐,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당신은 부모도 없나』 무뢰한 같은 젊은이다. 『부모는 왜 찾어. 누가 나이 먹으라고 했어』 그 젊은이는 뺑소니치듯 떠났다. ◆자동차시대에는 거기에 맞는 질서·도덕·문화가 있어야 한다. 차는 운전자 또는 주인인격의 투영이다. 자동차보유대수가 7백만대를 넘어섰다고는 하나 우리사회는 아직도 자동차문화에 관한한 문맹이다. 접촉사고라도 나면 잘못하면 반말과 욕부터 하고 보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남녀로소의 구별이 없다. 기성세대는 X세대의 언어 폭력 앞에 무기력하다. 폭행등 물리적인 폭력에 대해서는 형법등에 의해 제도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폭언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방비상태다. 언어의 폭력이 경우에 따라서는 물리적 폭력에 못지 않은 사회질서의 파괴자다. ◆법과 질서가 엄격하기로 유명한 싱가포르에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효도법」을 제정키로 했다고 한다. 오작동총리는 『아시아의 아이들이 부모와 노인들에게 보여온 공손과 존경의 자세를 버리는 행태에 빠져서는 안된다』고 동양의 전통적 인륜을 강조했다. 우리사회에서 X세대의 폭언을 추방하는 길은 없겠는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