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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공조의 현주소/정진석 워싱턴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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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공조의 현주소/정진석 워싱턴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4.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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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핵문제에 있어 한국과 미국은 핵심적인 이해 당사국이다. 북한과 협상 테이블을 마주하고 있는 미국은 그래서 한국과 일정한 협조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한미양국이 상시조율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공조의 틀을 갖추고 있다고 해서 북핵문제를 푸는 해법 또한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북핵문제에 관해 매우 현실적인 인식과 접근방식을 갖고 있다. 세계적인 핵확산 금지의 시각에서 북핵문제를 보는 미국으로서는 이를 미·북, 또는 남·북한간의 양자문제로 국한시키기보다는 국제 질서와 자국의 국제적 지도력을 유지하려는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채찍 대신 당근을 써서 북한을 국제무대로 끌어내 이성적인 해결을 도모한다는게 미국의 자세이다.

 반면 한국은 다분히 당위론적이다. 북핵문제는 민족의 운명이 걸린 사안인 만큼 협상과정에서 한국이 소외될 수 없으며 때문에 남·북한 당사자간의 직접대화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남북대화를 북핵해결의 한쪽 고리로 엮으려는 한국정부의 이런 태도는 최근들어 체계화·조직화된 국내 보수파의 목소리에 힘입어 한층 선명해진 느낌이다.

 미국으로서는 불과 수개월전 남북특사 교환이란 전제조건을 스스로 철회해 버렸던 한국이 이제 와서 남북 직접대화를 강조하고 나서는데 의아스런 표정를 지을만도 하다.

 오는 10일 적성국 수도인 평양에서 사상 처음 정부간 공식회담을 갖게될 미국과 이념논쟁에 이어 대북 경계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은 한미공조의 현주소를 되돌아 보게 하는 역설적 계기를 제공한다. 북한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한국이 남북관계의 전도가 간과된 북미관계의 진전상황을, 그것도 국외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은 속이 편할리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정부도 북핵협상과정에서 어차피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냉정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워싱턴에 북한의 연락사무소가 생기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시점에서 이제는 향후 대미, 대북관계를 위해 나름의 원칙과 대안을 세우는 일에 보다 몰두해야 되겠다는 생각이다. 미국은 이미 「2개의 한국」을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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