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대이하 당사자만 기업 불소유땐 허용/타금융 대주주도 참여/은행지분한도 일반 4%·금융자본 12%로 재무부는 공정거래법상 30대 재벌그룹(계열주 및 특수관계인)에 대해서는 전업금융가 참여를 엄격히 제한하기로 했다고 2일 발표했다. 30대 재벌이 전업자본가가 되려면 당사자와 특수관계인등 일가가 모든 실물기업을 처분해야 한다.
반면에 31대 이하 재벌그룹의 특수관계인이나 거액 사채업자들은 당사자만 실물기업 주식을 처분하고 탈세사실만 없으면 전업금융가로서 변신이 가능해진다. 또 기존의 보험 증권업을 운영하는 대주주는 주식의 일부를 처분하는등의 방법으로 출처가 확실한 자금을 마련하면 대형 시중은행의 경영자가 될 수 있다. 즉 30대 재벌이외의 사람들은 부친이나 형 또는 동생이 실물기업을 영위하더라도 당사자만 실물기업을 하지 않으면 전업금융가가 될 수 있다.
재무부는 이날 은행소유구조 개선을 위한 실무위원회에서 이같이 결정하고 현재 8%인 은행의 동일인 주식소유한도를 일반인에게는 4%로 낮추되 순수 금융자본가에 대해서는 12%로 높이기로 확정했다. 순수 금융자본인 전업기업가가 참여할 수 있는 은행은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신탁 외환 신한등 7개 은행으로 한정했다.
현재 은행주식을 4% 이상 소유하고 있는 대주주들은 95년5월을 기준일로 3년간의 경과기간을 둬 98년5월까지 초과분을 처분해야 하며 처분전까지는 의결권이 제한된다. 동화 동남 대동 평화등 4개 비상장 신설은행과 국민 중소기업 주택등 3개 민영화 대상은행은 처분유예기간을 상장후 3년으로 별도 적용하기로 했다. 지방은행과 합작은행, 전환은행등은 현재 지분율 규정을 그대로 허용하기로 했다.
재무부는 30대 재벌과 계열분리를 한 기업(소위 위성재벌)의 경우에도 전업금융가 참여를 배제하기로 했다.
재무부는 전업금융가로 승인받기 위한 구체적 절차는 은행감독원의 규정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해설/「주인확보」 명분 금융소유 집중/31대이하 재벌·사채업자 「누워서 은행먹기」
국가의 산업정책중 금융산업정책은 실물산업정책과 더불어 양대축을 형성하는 골조다. 금융이 실물기업의 성장을 선도할 수도 있고 오히려 뒤에서 딴죽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핵심적 산업정책인 금융정책이 시대의 요청이나 흐름과는 거꾸로 가고 있다. 재벌에 대해서는 소유집중을 분산시키도록 강력하게 권유하고 있는 정부가 금융에서는 오히려 소유집중을 강화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빠지고 그대신 그 빈 자리에 민간부문의 「주인」을 만들어 주어 이른바 「주인 있는 은행」이 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전업금융가를 도입하는 이유로 『은행에 주인이 없어서 효율적 경영이 안되고 있으므로 주인을 찾아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은행을 포함한 기업경영 전반에 걸쳐 소유권 집중에 따른 전근대적 경영의 문제점이 팽배하게 대두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방안이 은행법개정으로까지 이어져 확정되면 전업금융가를 희망하는 개인은 7개 참여대상 은행중 하나를 골라 2천억원 정도만을 투입해 은행을 소유할 수 있다. 은행들의 자본금이 8천5백억원 가량이고 시가로 쳐서 주식가격이 1조7천억원선(주당 1만원선)이므로 12%를 매입하려면 2천억원 가량이 든다. 31대 이하 재벌이나 대신증권·교육보험등 은행외 금융기관 대주주들은 이 정도의 돈을 만들되 출처만 분명하면 된다.
사채업자들도 몇 가지 실물기업들을 처분하는등의 방식으로 조성경위가 확실한 자금을 마련하면 번듯한 제도권 은행가로 나설 수 있다. 장령자씨등 과거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큰 손의 경우엔 결격사유가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30대 재벌의 경우엔 부친이나 형제등 특수관계인 일가가 그룹 자체를 처분해야 하지만 31대 이하의 경우엔 형은 기업을 계속하고 동생은 자기지분을 처분, 은행가로의 변신이 가능해진다. 즉 형제가 서로 나눠 실물재벌과 은행을 각각 지배할 수 있는 것이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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