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제사회의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나라의 정치와 그 정치체제가 추구하는 이념, 그리고 그 나라 사회구성원이 갖는 공동체 의식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망하는 나라 또는 망해가는 나라들에서, 그 반대로 흥해가는 나라들에서 이것들의 중요함은 선연하게 나타난다. 쿠바는 망해가는 나라다. 제나라가 싫다고 국민들이 비싼 돈을 들여가며 너도 나도 보트를 구해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미국이 받아주지 않겠다고 공언해도 탈출난민의 수는 수그러들지 않는다. 더욱 해괴한 일은 국민 탈출을 국가지도자가 방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 일종의 무기처럼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그래선지 어느 국제시사 만화에는 미국을 겨냥한 인간대포에 카스트로가 탈출난민을 장전하는 모습이 익살스럽게 등장했다.
쿠바를 보는 우리의 시각은 조금은 남다르다. 겉으로는 누구도 얘기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난민탈출의 실상위에 슬쩍 북한을 얹어놓고 생각해 봤을 터이다. 북한은 당장 망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적어도 망해가는 나라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것 같다. 다만 북한이 언제 쿠바같은 나라가 될지, 그때 그런 현상이 일어날지 지금으로서는 예측할 수가 없을 뿐이다.
쿠바와 북한은 닮은 점이 많다. 변변히 가진것 없으면서도 시장경제와 담을 쌓고 철권통치 방식으로 사회주의 이념을 추구하는, 그래서 심각한 경제위기에 몰려있는 나라이다. 도대체 앞이 안보이는 닮은꼴의 나라이다.
최근의 국제사회의 흐름을 보면 대부분의 정치체제가 이념은 뒷전으로 돌리고 시장경제 추구쪽으로 그 구성원의 공동체 의식을 고양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로 인해 국제사회는 평화와 안정쪽으로 방향을 크게 선회해가고 있다. 그 결과 사회주의 이념은 급격히 퇴조해 가고 폭력을 동원하는 유혈투쟁은 점차 국제사회에서 동조를 잃어가고 있다. 쿠바와 북한은 이런 흐름과는 영판 동떨어진 나라로 변화의 조짐이 없는 나라라고 할수 있다.
IRA(아일랜드 공화군)가 휴전을 선언, 영국과의 유혈투쟁에 종지부를 찍고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가 이스라엘과 공존키로 합의, 손에서 총을 놓은 것은 그 사례의 하나이다. IRA 와 PLO는 그 공동체 구성원의 좀 더 나은 이익을 위해 폭력투쟁에서 손을 뗐다. 그것이 지선인지 아닌지는 차치하고라도 앞으로 이들 공동체 구성원들은 더 많은 여유를 갖고 좀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행보를 해갈 것이다. 적어도 망해가지는 않게 됐다.
우리는 망해가는 나라는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흥해가는 나라일까, 아니면 그도 저도 아닌 그저 그런 나라일까. 오늘의 우리 정치, 그리고 우리가 갖는 공동체 의식을 보면 알수 있을 법도 하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같은 민족이 공동체 구성원이면서도 국제사회 흐름과 동떨어진 북한이라는 나라를 곁에 두고있다. 한가하게 객관자의 입장에 서 있을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우리는 흥해도 한참 흥해야 할 숙명을 안고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정치현장에서 들려오는 「정치」라는 말은 썩 좋은 이미지를 담고 있지는 않았다. 정치는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이라서 말꾼들의 직업쯤으로 치부돼왔다. 그러나 기실 사회 구성원의 공동체 의식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고양시키며, 그 과정에서 공동체의 갈등을 최소화시키는데는 정치만큼 좋은 수단은 없다. 정치인은 중요하다.
망해가는 나라 쿠바를 보면서, 그리고 그 나라와 닮은꼴인 북한을 곁에 두고 있는 우리는 어떤 정치지도자를 두고 있고, 그들이 정치를 통해 어떤 공동체 의식을 고양시키고 있는지 한번쯤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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