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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자치주 42돌/임철순(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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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자치주 42돌/임철순(메아리)

입력
1994.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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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약왕국 쿤사에서 탈출한 문충일씨(56)의 수기가 8월 30일자부터 사흘동안 연재됐다. 그의 파란만장한 수기를 정리하던 한 기자는 문씨의 어머니가 자살하는 대목을 읽는 동안 콧날이 시큰해지면서 눈물이 핑 돌더라고 말했다. 평북 용천에서 태어나 세살 때 부모를 따라 만주로 이주했던 문씨는 이 수기가 자기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며 만주땅에 버려진 조선족 모두의 이야기라 해도 좋다고 말하고 있다. 문씨의 경우는 아주 특이한 사례라고 할 수 있지만 「버려진 중국 조선족」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가 문씨와 비슷한 고난을 겪어왔다. 이념의 틀에 묶여 단절의 세월을 살아온 그들은 중국내 항일운동이나 중공정권 수립과정에 한족 이상으로 적극 참여, 수많은 「열사」들을 배출했고 6·25 때는 중공군의 앞장에 서서 큰 희생을 치렀다. 신념의 소산이라기보다 살아 남기 위한 방편이었던 경우가 더 많았다고 한다.

 3일로 연변조선족자치주가 성립 42년을 맞는다. 연길을 비롯한 자치주 일대는 일요일인 4일까지 연휴다. 자치주성립 40년이던 92년에는 8월 31일부터 9월 3일까지 나흘간 대대적 행사가 벌어졌지만, 큰 행사는 5년마다 열기로 한 규정에 따라 올해에는 특별한 행사가 없다고 한다. 연변의 자치는 자결권을 갖는 주권자치가 아니라 「모든 민족이 중국 공민」이라는 대전제 아래 중앙정부가 위임한 제한적 업무를 관할하는 행정자치이다. 따라서 정치적 성격보다는 문화·경제적 성격이 강하며 이런 상황은 조선족으로서의 민족의식과 중국인으로서의 국민의식이 뒤섞인 이중 정체성을 심화시키고 있다.

 중국조선족은 북한의 경제파탄과 한중수교로 자신들이 남한과 더욱 가까워졌는데도 우리 정부가 무관심하다며 아직도 버려진 민족이라는 서러운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는 북한과 더 가까웠으나 남과 북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보다 통일된 나라를 조국으로 생각한다는 태도를 보여온 연변사람들은 남북의 관계개선이나 통일을 위해 일정한 기여를 하고 싶어 하고 있다.

 직접적이고 공식적인 지원·배려가 중국내 소수민족으로서의 위상을 오히려 약화시킬 위험성이 있다면 다른 방식으로라도 자치주를 돕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우선 자치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백만 조선족의 중심인 연변일대는 김일성 사후 그 위치가 더욱 중요해졌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연변을 정보수집처 쯤으로만 파악하고 있을 뿐 중국인이면서 조선족인 동포들의 의식마저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기획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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