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테러보복” 적대감 깊어/「합병」싼 이해조율 험한길 예고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지난달 31일 아일랜드공화군(IRA)이 4반세기에 걸친 반영무장투쟁을 중단한다고 선언하자 이에 환호하는 군중 앞에서 제리 애덤스 신 페인당 당수는 이렇게 말했다. 북아일랜드의 총성은 멎겠지만 영구평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이 말은 이번 선언의 의미와 한계를 그대로 압축하고 있다.
IRA의 무조건 휴전선언으로 20세기 들어 가장 격렬한 갈등의 폭발지중 하나로 남아있던 북아일랜드는 평화를 바라볼 기회를 맞이했다.
그러나 휴전이 선언으로 그치지 않고 진짜로 지켜질지에 대해 주민들은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북아일랜드의 1백50만 인구중 60%를 차지하는 신교계 주민들은 더욱 그렇다.이들은 16세기 영국왕 헨리8세의 아일랜드 정복정책에 따라 이곳으로 이주한 영국인들의 후손으로, 영국과 통합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들중 강경파는 북아일랜드가 아일랜드에 합병될 경우 무장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IRA가 아일랜드와의 통합이라는 목표를 이룰 때까지 총을 놓지 않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북아일랜드 분쟁의 직접적인 계기는 1921년 아일랜드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북부6개주가 영국령으로 남은 데 있다. 이때 원주민인 가톨릭계는 독립한 아일랜드와 합치기를 원했다.
IRA는 가톨릭계가 북아일랜드 런던데리에서 처음으로 일으킨 대규모 소요가 영국군에 의해 진압당한 이듬해인 1969년 총을 들고 일어섰다. 그 뒤 테러가 그치지 않아 지금까지 3천명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최근 수년간은 IRA의 테러에 대한 신교계의 보복공격도 잦아졌다.
IRA의 휴전선언 덕분에 IRA의 정치조직인 신 페인당은 영국과 아일랜드가 이달에 가질 「아일랜드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포럼」에 초청받을 것으로 보인다. 거기서 IRA는 처음으로 총을 거둔채 협상을 시작하게 될 전망이다. 오직 투쟁으로 일관해온 IRA가 화해의 탁자에 앉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더욱 어려운 것은 신교도들을 IRA와 마주 앉게 하는 것이다. 4백년 넘게 함께 살고 있으면서도 양쪽은 한 번도 공존의 방법을 의논한 적이 없다. IRA역사에 관한 책을 쓴 팀 팻 쿠건은 『북아일랜드 신교도중에는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를 종식시킨 데 클레르크 같은 인물이 없다』며 평화로 가는 먼 길을 예측했다.
북아일랜드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영국과 아일랜드 정부가 협상을 시작한 것은 85년부터다. 그로부터 9년만에 IRA는 무력을 포기한다고 약속했다. IRA는 영국측에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양측이 서로에게 신의를 다하지 않을경우 북아일랜드에는 다시 화약 냄새가 퍼질 것이다.
IRA의 무력포기 약속에 「영원히」라는 말은 없기 때문이다. 투쟁과 대결의 지나온 역사만큼이나 힘든 평화가 이들 앞에 기다리고 있다.【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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