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보안 등 이유 워싱턴 기피/경수로연료봉 동시타결 시도 미국과 북한이 핵문제와 양국 관계개선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무리 짓기 위한 공식 실무협상을 오는 10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베를린과 평양에서 동시에 두갈래로 진행될 이번 회담은 양국이 지난 8월12일 제네바에서 개최한 고위급회담의 후속회담 성격을 띠고있다.
양국은 당초 ▲경수로 지원 ▲대체 에너지 제공 ▲폐연료봉 처리등 3개분과로 나누기로 했던 핵문제에 관한 전문가회의를 하나로 묶어 베를린 회담에서 다루기로 했다.
미국은 핵문제에 관한 전문가회의 장소로 워싱턴을 제시했으나 북한측이 ▲자국대표단의 미국입국 비자발급에 따르는 시일소요(통상 3주) ▲본국과의 교신시 통신보안문제등 기술적인 어려움을 들어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다 워싱턴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아직은 북한대표단에게 「적대적」일 것으로 북한측은 판단했다는 것이다.
북한측은 대신 구동독시절 베를린에 있던 자국 대사관에 그대로 남아있는 현재의 이익대표부 건물과 이곳에 설치된 통신시설을 활용할 속셈으로 회담장소를 베를린으로 역제의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양국이 이번 회의에서 어느정도의 결실을 거둘지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이 두갈래 회담중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양국간 연락사무소 설치문제를 논의할 평양회담이다. 미국이 6·25 이후 처음으로 정부의 공식대표단을 평양에 보내 그들이 아직도 적성국으로 분류되어있는 북한과 수교문제를 논의키로 한 사실은 회담의 형식이나 성과를 떠나 역사적 사건이라 할만하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들은 평양에 들어갈 미국측 대표단이 국무부 과장급이하 관리 4∼5명 정도로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의 의제는 ▲연락사무소 건물의 선정 ▲상호 임대조건 ▲상주 외교관의 거주에 따르는 문제등에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향후 북미관계는 북핵문제 전반을 다루게 될 베를린전문가회의의 성과에 따라 진전될 수도 있고 후퇴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평양회담은 양국이 전면 수교로 가는 첫발을 내디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은 이번 전문가회의를 각각 2∼3일 정도안에 끝내고 오는 9월 23일로 예정된 제네바 고위급회담에서 대북협상의 포괄적 타결을 시도할 방침이다. 미국은 이같은 대북협상 과정에서 한국정부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핵개발을 일단 현수준에서 동결시키고 과거의 핵개발문제는 추후 제거한다는 이른바 「롤백(ROLL-BACK)」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태도는 한국측과 마찰을 빚고 있다.
올가을 의회선거를 불과 두달정도 앞두고있는 클린턴행정부는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내에 북핵문제를 타결지어야 한다는 민주당내부로부터의 압력을 받고 있다. 거듭되는 외교실책으로 수세에 몰려있는 민주당으로서는 북핵문제의 타결은 커다란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정책연구진에서는 최근 한반도문제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 『특별사찰이라는 형식에 포로가 돼 북핵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에 실기하지 마라』 『서울측의 반응을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핵협상을 북미간의 쌍무협상으로 추진하되 북한의 과거 핵개발문제는 비핵화선언의 이행을 통하거나 실질적인 특별사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별도의 사찰방안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모색해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서를 백악관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특별사찰이나 한국형 경수로의 지원등을 둘러싼 한미간의 외교적 긴장감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북미협상의 진전에 비례해 고조될 전망이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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